美 신용등급 또 강등… 시장은 왜 흔들리지 않았나

| 김민준 기자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또다시 강등당했지만, 시장은 어느 때보다 침착하게 이를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무디스(Moody’s)가 지난 금요일 미국 국채 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1로 한 단계 낮췄음에도, 월요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초반 낙폭을 상당 부분 회복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대표지수인 S&P500지수는 장 초반 1% 가까이 하락했지만 곧 하락폭을 줄이며 0.3%대 하락에 머물렀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4% 하락,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0.1% 약세에 그쳤다. 채권시장에선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이 3개월래 최고치인 4.57%까지 급등한 후 하락 반전했고,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나타냈다.

무디스는 등급 강등의 이유로 *지속적이고 대규모의 재정 적자*를 꼽았다. 이 신용평가사는 특히 현재 논의 중인 세금 및 지출 법안이 미국의 재정건전성에 있어 실질적 개선을 이끌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현재의 제도적 구조 내에서는 향후 몇 년간 의무적 지출 축소나 재정 적자 감축이 실현되기 어렵다”며 강등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무디스의 강등이 큰 파장을 일으키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월요일 투자노트를 통해 “이번 강등은 투자자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던 미국의 재정 문제를 재확인시킨 것에 불과하다”고 분석하며, U.S. 국채가 주요 채권 지수에서 제외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인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오펜하이머 역시 비슷한 시각을 내놨다. 이들은 “이번 신용등급 하향이 지난 2011년 S&P, 2023년 Fitch의 강등 당시와 같은 ‘광범위한 혼란’을 야기하진 않을 것”이라며, 미국 정부 재무제도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시장 기반은 견고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오펜하이머는 투자전략 측면에선 일괄적인 '저점 매수'보다는 일정 우량주의 비이성적 하락을 활용하는 선택적 접근을 제안했다. “시장 불안 속에서 ‘같이 버려지는 보석’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는 조언이다.

미국의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신호가 나온 셈이지만, 세계 최대 경제와 채권시장의 지위를 감안하면 단기적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와 의회의 재정 법안 논의 방향에 따라 중장기적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이제 ‘정치의 시간’을 지켜보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