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美 금리인하 어려워지나…연준, 트럼프發 불확실성에 '신중 모드'

| 김민준 기자

올여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수그러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고위 관계자들이 최근 일제히 인터뷰와 연설을 통해 6월과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낮다고 밝히면서다. 불확실성이 여전한 경제 상황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영향 등을 고려해 정책 결정을 늦출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연준은 기준금리를 5.25~5.5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금리 전망 툴인 ‘Fed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6~7월 회의에서 금리 동결이 이어질 가능성을 약 71%로 보고 있다. 이는 한 달 전만 해도 7월까지 금리 인하가 이뤄질 확률을 90% 이상으로 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급격히 뒤바뀐 전망은 연준 위원들의 잇단 발언에 기인한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MSNBC 인터뷰에서 “지금은 매우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당분간은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여름까지는 금리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뉴욕 연준의 존 윌리엄스 총재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모기지은행가협회(MBA) 연설에서 “6월과 7월엔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시간을 들여 추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연준이 신중한 태세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이 있다. 최근 미국은 대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최대 60%까지 올리는 강경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수입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재차 고개를 들 가능성이 커졌다. 동시에 기업 이익 하락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면 경기 둔화와 실업 증가라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연준은 이런 상반된 리스크 사이에서 금리 결정의 방향성을 두고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 역시 최근 미네소타에서 열린 이코노믹 클럽 행사에서 “향후 몇 분기 동안 경제 전망의 변동성이 클 것”이라며 “통상, 이민, 조세, 규제 정책 등에서 워낙 많은 변화가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를 명확히 파악할 때까지는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이민 축소, 세금 개편 논의, 규제 완화 등 백악관 주도의 정책 변경들이 연준의 긴축경로 복귀 여부에 혼선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신중 모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시장은 여전히 금리 인하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불안과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연준이 먼저 움직일 명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는 향후 몇 달간 미국 소비자와 투자자가 더 높은 대출금리와 금융비용을 감내해야 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