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 압박에… 월마트 가격 인상 현실화되나

| 김민준 기자

월마트가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현실화될 조짐이다. 아직 구체적인 조정 품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수입 비중이 높은 품목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새로운 관세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분야가 분명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마트(WMT) 측은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제품별 가격 인상 계획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더그 맥밀런 CEO는 최근 수입품 중심의 가격 압박을 인정했다. 그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월마트 제품 중 약 3분의 1은 중국, 멕시코, 베트남, 인도, 캐나다 등지에서 수입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자기기, 장난감, 의류, 신발, 스포츠용품 등 중국산 비중이 큰 품목은 향후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은 대표적인 카테고리로 지목된다.

특히 학기 준비철과 같은 시즌성 품목의 가격 변동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이커머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의 수석 애널리스트 잭 스탐보르는 “백투스쿨, 핼러윈, 크리스마스 시즌에 판매되는 가전제품, 데코레이션, 인조 트리와 조명이 대부분 중국산”이라며, “이들 제품은 관세 인상의 직접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마트의 핵심 카테고리인 식료품 품목에서는 여전히 가격 안정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맥밀런 CEO는 최근 회의에서 “코스타리카, 페루, 콜롬비아 등 일부 국가에서 수입하는 식품류의 가격 압박도 적지 않지만, 통제를 감수하고 최대한 인상 억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장기적으로 무차별적인 비용 전가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전 소매학 책임자인 마크 코언은 “소매업체들은 어디에 부담을 부과할지 결정할 수는 있지만, 무엇에 관세가 붙을지를 결정하진 못한다”며, “예컨대 멕시코산 토마토 가격이 15% 오를 경우, 월마트가 해당 가격 인상을 내부적으로 흡수하는 대신 다른 더 탄력적인 제품군에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번 가격 인상 가능성이 월마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월마트의 움직임이 경쟁업체들에게도 가격 조정의 명분을 제공해 연쇄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타깃(TGT)은 이미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관세로 인한 부담을 일부 인정했다.

스탐보르 애널리스트는 “현재 관세 수준은 거의 100년 만의 최고치에 근접해 있다”며, “소매업체들이 이익을 지키기 위해 가격을 올리지 않고는 버티기 어려운 구조”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월마트를 향해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해선 안 된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가격 인상 흐름을 되돌리긴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