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늘어나는 집밥 수요에 식품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 식품 대기업 캠벨(CPB)은 팬데믹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의 가정 내 식사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며, 이에 따라 스낵 제품의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캠벨의 미크 비크하위젠(Mick Beekhuizen) 최고경영자(CEO)는 2025 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소비자들이 식비를 더 신중하게 지출하고 있다”며, “그 결과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졌고, 이는 2020년 초 이래 최고치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캠벨은 대표 브랜드인 프레고, 라오(Rao's) 등의 소스를 통해 식사 부문에서는 수혜를 입고 있지만, 골드피시(Goldfish), 스나이더스(Snyder’s of Hanover) 등 대표 스낵 제품의 부진이 전체 성장세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번 분기 캠벨의 유기적 매출은 전년 대비 1% 증가했는데, 이는 식사·음료 부문의 6% 성장 덕분이고, 반면 스낵 부문은 5% 감소했다. CFO 캐리 앤더슨(Carrie Anderson)은 “총연간 조정 이익 전망은 당초 가이던스의 하단인 주당 2.95달러에 가까울 것으로 본다”며, 스낵 부진이 하향 조정의 주요 원인임을 시사했다.
스낵 수요 둔화는 캠벨만의 문제가 아니다. 몬델레즈(MDLZ), 콘아그라(CAG), 제너럴 밀스(GIS) 등 다른 주요 식품 업체들도 잇따라 유사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특히 몬델레즈 CEO 더크 반 더 풋(Dirk Van de Put)은 지난 4월 실적 발표에서 “소비자들이 식료품에서 필수품 위주로 소비를 전환하고 있어 간식류 전반에 타격이 크다”고 언급했다.
다만 모든 간식 제품이 부진한 것은 아니다. 콘아그라의 션 코놀리(Sean Connolly) CEO는 고단백이나 건강 트렌드를 반영한 간식류, 예를 들면 육포나 팝콘, 씨앗류 제품의 판매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러한 제품들이 “수익성이 매우 좋은 핵심 사업군”이라 고평가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추구하며 ‘집밥’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식품 제조사들에게 제품 포트폴리오의 전환과 가격 전략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수익성과 브랜드 재정비에 중요한 갈림길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