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의 물가 상승에 대한 불안 심리가 한층 진정되면서, 연준의 물가정책에 훈풍이 불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6월 9일(현지시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5월 소비자의 1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은 3.2%로, 전월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3년 12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며, 소비자 심리에 민감한 물가 기대치가 눈에 띄게 둔화된 셈이다.
이번 조사는 소비자들이 향후 3년 및 5년에 걸친 인플레이션 전망도 낮춰 잡았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올해 초 각종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급증한 바 있으나, 최근 일정 관세에 대한 일시 중단과 무역협상 진전에 대한 긍정적 뉴스가 흐르면서 심리적 압력이 완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방준비제도는 소비자의 인플레이션 전망을 중요한 정책 지표로 삼고 있다. 기대 물가가 높아지면 소비자와 기업은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관련 행동을 취하며, 이는 실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기대 인플레이션의 둔화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할 수 있는 여지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 불안을 자극했던 관세 조치도 최근에는 다소 수그러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중국산 상품에 대한 일부 관세율을 145%에서 30%로 낮추는 동시에, 미·중 고위 당국자 간 무역협상이 재개됐음을 공식화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관세가 가격에 미칠 충격에 대한 우려를 다소 덜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무역정책이 여전히 불확실성을 동반하고 있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BMO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더글라스 포터는 "무역 관련 먹구름이 여전히 짙지만, 경제와 시장은 예정보다 나은 회복 탄력성을 확보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관세 정책 방향에 따라 기대 인플레이션은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내셔와이드의 오렌 클락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의 심리는 여전히 관세 관련 뉴스에 민감한 상태"라며 "향후 정책 변화가 기대 인플레이션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까지는 관세 완화와 협상 재개 소식이 소비자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향후 미국 정부의 정책 행보에 따라 인플레이션 방향성도 다시 요동칠 수 있어 연준과 시장의 긴장감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