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 3개월간의 둔화세를 뒤집고 반등했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조치가 본격적으로 물가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표가 물가 흐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향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오는 수요일(현지시간)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할 예정이다. 다우존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이 실시한 민간 조사에 따르면 5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4%로, 4월의 2.3%보다 소폭 상승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2.9% 상승해, 전월(2.8%)보다 오름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특히 근원물가 항목 중 ‘근원재화(core goods)’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서비스, 식료품,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 가격을 의미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올 초 부과한 관세 대상 품목들이 대거 포함된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개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동차, 의류, 가전제품 등 주요 소비재 가격이 관세의 압력을 받아 소폭 상승할 것”이라며 관측치를 제시했다.
실제로 그동안 소비자 부담을 덜어줬던 근원재화 지수는 2024년 1월부터 2025년 3월까지 매월 하락 행진을 이어갔지만 4월에는 0.1% 반등하며 기조 변화의 조짐을 드러냈다. 이는 가계 물가 부담을 키울 뿐 아니라, 기업들의 가격 전략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라자드의 로널드 템플 수석 전략가는 “기업들은 관세 부담을 외면할 수 없어, 이익률을 지키기 위해 가격 인상을 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지표는 연준의 정책에도 변화를 줄 가능성을 내포한다. 연준은 물가안정을 위해 연 2%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지향하고 있으며, 정책 결정 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를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PI 지표가 주는 신호는 시장과 정책당국 모두에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CPI 반등이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템플 전략가는 “관세로 인한 일시적 물가 상승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이끌 정도는 아니지만, 인하를 위한 여건을 악화시키는 변수는 될 수 있다”며 “근원물가가 연 4% 수준에 근접한다면 연준은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통계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인플레이션 불확실성 또한 고조되고 있다. 집값, 임대료, 외식비 등 기존의 고물가 요인 외에 ‘정책발 변수’까지 겹치면서 향후 물가 흐름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