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살린 VC 시장…2025년 2분기 투자 회복세 뚜렷

| 김민준 기자

2025년 2분기 글로벌 벤처캐피탈(VC) 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였다. 주요 인공지능(AI) 기업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자금 유입이 이뤄졌으며, 이로 인해 다소 침체됐던 시장 전반에 다시 활기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자금 조달 부문에서는 여전히 구조적 제약이 이어지고 있어 장기 회복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벤처캐피탈협회(NVCA)와 피치북(PitchBook)이 공동으로 발표한 '2025년 2분기 벤처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총 676억 달러(약 97조 3,000억 원)에 달하는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 수년간 둔화됐던 엑시트 흐름 중 최대 규모이며, 2021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분기 수치다. 다만 상장을 통한 회수는 여전히 부진해,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 10년간 가장 낮은 상장 건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건수 측면에서는 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지만, 딜 가치 총액은 이전 분기 대비 25%나 감소했다. 이는 1분기에 이뤄졌던 오픈AI(OpenAI)의 400억 달러 규모 초대형 자금 조달이 제외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시장 전반의 보수적 투자 기조 역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분기의 핵심 사례로는 지난 6월 메타(Meta)로부터 143억 달러(약 20조 6,000억 원)를 유치한 스케일 AI(Scale AI)가 꼽힌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벤처캐피탈 역사상 두 번째로 큰 단일 투자다.

AI 기업에 대한 투자가 시장 전반을 이끌고 있다는 점도 이번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올라크 세이프슈퍼인텔리전스(Safe Superintelligence), 그램머리(Grammarly), 씽킹 머신 랩(Thinking Machine Lab), 앤듀릴(Anduril) 등 주요 AI 스타트업들이 2분기 동안 총 240억 달러(약 34조 5,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미국 VC의 전체 딜 가치 중 약 3분의 2가 AI 분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엑시트 환경도 소폭이나마 개선됐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오픈AI의 65억 달러 규모 주식 인수로 이루어진 아이오 프로덕트(io Products) 인수 사례와 10억 달러 이상 규모의 기업공개(IPO) 여섯 건은 긍정적인 시그널이지만, IPO를 통한 총 유입 자금은 230억 달러(약 33조 1,000억 원)로 2021년 분기 평균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인수합병(M&A) 건수도 증가세를 보였지만, 대부분 소규모 거래로 전체 엑시트 가치를 끌어올리기엔 부족했다.

시장 내 가장 큰 불확실성 요소는 여전히 '펀드 모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미국 내 새 VC 펀드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266억 달러(약 38조 3,000억 원)로, 연간 기준으로는 최근 10년 중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2분기 동안 문을 닫은 신규 펀드는 238개에 그쳤으며, 유동성 악화와 엑시트 지연으로 인해 기존 투자자(LP)들의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외 지역도 큰 차이는 없었다. 유럽 VC 시장 역시 다소 침체됐다. AI가 전체 투자액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주요 활력소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초기 단계(pre-seed 및 시드) 투자가 위축되며 전체 거래액이 감소했다. 독일 등을 중심으로 일부 회복세가 관측되기는 하나, 모금 여건이 열악한 것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더욱 심각했다. 1분기에 비해 벤처펀드가 지원한 엑시트 건수는 244건에서 67건으로 급감했다. 공모시장 불안과 기업가치 산정 불일치가 거래를 위축시킨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남미의 경우는 더 침체돼, 올해 들어 설정된 신규 펀드는 7개에 불과한 반면,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60개 이상이 출범했다.

이번 통계를 종합해보면, 글로벌 VC 시장은 일정 부분 회복의 실마리를 잡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유동성 한계와 자금 조달의 어려움, 그리고 AI에 편중된 의존 구조에 의해 발목이 잡혀 있는 형국이다. AI 거품 논란이 크지는 않지만, 지나치게 AI 중심으로만 자본이 흐를 경우 시장 구조 왜곡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점점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