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미국의 도매물가가 예상 외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며 상승세가 일시적으로 멈췄다. 이는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는 방식을 조정하면서 각 산업별로 상이한 전략을 구사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미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에 따르면, 전체 도매물가는 전달과 비교해 변동이 없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다우존스가 집계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컨센서스인 0.2% 상승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 역시 2.3%로, 5월의 2.7%보다 낮아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서비스 부문 가격이 소폭 하락하며 전체 지수 상승을 억제했다. 반면 상품 가격은 한 달 전보다 0.3% 올라, 원자재 및 공급 비용의 압력이 여전함을 시사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비용 증가와 수요 둔화를 동시에 유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경제학자 맷 콜리어는 보고서를 통해 "기초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일부 서비스 수요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 관세 정책의 복합적인 영향이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조합은 당분간 기업 이익률과 가격 책정 전략에 변동성을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전국금융시장(Nationwide Financial Markets)의 경제학자 오렌 클라치킨은 기업들이 관세 충격을 흡수하는 방식에 있어 격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일부 산업은 가격 인상으로 추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지만, 다른 업계는 세금 부담을 자체 흡수하며 조정 중이라는 것이다. 그는 "산업에 따라 가격 결정력이 달라 통상적인 관세 전가가 생각보다 적게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미국 생산자물가의 정체는 일시적인 결과일 수 있으며, 향후 관세가 더욱 광범위하게 반영되면 물가에 상방 압력이 다시 작용할 소지도 있다. 실제로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는 관세로 인한 생활물가 부담이 증가하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는 기업들이 비용 구조를 재배치하거나 상품 구성과 공급망 전략을 새로 짜는 방식으로 충격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의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경로는 여전히 유동적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이 지속될 경우 물가 안정성과 소비 회복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