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Fed)가 발표한 경기동향보고서 '베이지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수입관세가 미국 경제에 미치고 있는 여파에 주목했다. 특히 미국 전역에서 기업들이 원자재와 공산품 가격 인상에 직면하고 있으며,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이번 보고서는 연준 산하 12개 지역 연방은행이 기업, 소비자, 금융기관 등 다양한 현장 관계자들의 발언을 수집해 종합한 것으로, 각지에서 원자재와 제조비용 상승이 '관세'에 직접적으로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특히 철강 등 산업 기반 원자재에 부과된 최대 50%의 관세는 건설업체와 제조업체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당수 기업들이 이 같은 비용 증가를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으며, 일부는 가격 인상 대신 마진을 축소하며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고객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제품에 대한 가격 전가에 성공하지 못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자료는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정책이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미국 정부는 매달 수십억 달러의 관세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그 재정적 이점 뒤에는 소비자 물가 압력이라는 부작용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고 풀이된다.
실제로 가격 상승 추세는 최근 발표된 공식 소비자물가지수 보고서에서도 확인됐다. 연준은 이번 베이지북에서 “향후 몇 달간 비용 부담이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늦여름부터 소비자 물가의 가속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전월 대비 다소 완화됐다. '불확실성(uncertainty)'이 언급된 횟수는 지난 6월 80회에서 이번에는 63회로 줄었으며, 전반적인 경제 활동은 5월부터 7월 초까지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측 지역에서는 성장세가 정체되거나 다소 둔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연준은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번 물가 관련 보고는 그 판단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는 데 대해 불만을 드러낸 바 있지만, 연준은 관세로 인한 물가 자극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BMO캐피털마켓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 살 구아티에리는 “이번 베이지북은 경기 여건이 약간 개선된 동시에, 관세 영향이 지연돼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연준의 신중한 스탠스를 강화해주는 결과”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