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매판매가 6월에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자동차, 의류, 건축자재 등 내구재 중심의 소비가 늘면서 소비 심리가 견고하다는 점이 부각됐다. 전월 감소에 이어 반등에 성공한 소매판매 지표는 연방정부의 관세정책 영향을 우려해온 시장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6월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0.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예상한 0.2% 증가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자동차 관련 판매는 1.2% 급증해 전체 상승세를 주도했으며, 의류와 건축자재 지출은 각각 0.9%씩 증가했다. 식당과 주점 등 외식 부문도 0.6% 증가하며 소비자의 자발적 지출 여력을 보여줬다.
BMO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콧 앤더슨은 “소비자들이 관세에 대한 불안을 털고 전반적인 소비를 재개한 경향이 뚜렷하다”며 “물가가 더 오르기 전에 구입하려는 수요가 조기 구매를 부추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소비의 흐름을 보다 면밀히 보여주는 ‘소매판매 핵심지표(control group)’는 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표는 자동차, 식료품, 휘발유, 건설용 자재 판매를 제외한 항목으로 국내총생산(GDP) 산정에 활용된다. Allianz 트레이드 아메리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댄 노스는 “전체 수치보다 변동성이 적은 핵심지표가 안정적인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점은 소비자 기반이 견고하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다만 물가 상승이 실질 소비 증가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3% 상승해 소매판매 증가분 일부가 단순한 가격 반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매판매 수치 중 일부는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을 반영한 것”이라며 “실질 소비 증가분은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일부 품목에서는 관세 여파가 이미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전자제품과 가구점의 매출은 모두 감소했는데, 해당 품목들은 관세 부담이 높은 대표적인 수입 품목으로, 소비자들이 지출을 꺼리는 양상이 감지된다. 반면 외식 부문 특유의 반등세는 소비 축소가 전면적이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소매판매 수치는 고물가와 무역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자들이 여전히 강한 구매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미국 경제가 향후 몇 달간 ‘연착륙’ 구간을 향하고 있다는 낙관론을 지지할 수 있다. 다만 관세 이슈가 향후 소비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불확실 요인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