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상호관세 충격…국산車·배터리·철강 ‘악몽’ 시작됐다

| 김민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 정책이 7일 0시 1분부터 발효되면서, 한국도 본격적인 영향권에 들어섰다. 이번 조치는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7조 원)를 투자하는 등의 양해 하에 기존 25%였던 상호관세를 15%로 인하하는 조건으로 이뤄졌지만, 여전히 국내 수출기업들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이번 상호관세는 반도체와 자동차, 의약품, 철강 등 일부 예외 품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에 적용되며, 특히 K-소비재에 포함되는 이차전지, 라면, 화장품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미국이 현재 관세 부과 여부를 조사 중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같은 정보기술(IT) 제품들은 추후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일본과 유럽연합(EU) 대비 관세 우위를 잃은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확보됐던 2.5% 대의 자동차 관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계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두 기업은 올해 2분기 미국 관세 부담으로 인해 각각 15.8%, 24.1%의 영업이익 감소를 경험했다. 업계는 행정명령을 통한 관세 인하가 조속히 발효되길 희망하고 있지만, 백악관의 절차적 진행이 남아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존한다는 분석이다.

전자 및 배터리 업계도 생산거점 재조정 등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미국·멕시코를 중심으로 한 생산기지 확대 전략을 착실히 추진 중이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도 미국 현지 생산 역량을 강화해 관세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USMCA 요건을 만족하면 관세 없이 수출할 수 있는 멕시코 생산기지를 활용한 전략이 실질적인 대안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철강 업계는 고관세 부담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품목 관세 50%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국내 주요 철강기업들은 대미 수출 전략 재편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본이 일본제철을 통해 미국 철강사 인수로 '미국산 철강'을 확보한 점과 비교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미국 공장 가동 시점은 2029년으로 너무 늦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관세 대응 119' 상담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받는다. 관세율 적용 시점과 대상 품목을 확인하려는 기업 문의는 하루 100건을 넘어섰으며, 이는 기업들의 경영환경 전반에 '상호관세'가 미치는 충격이 광범위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국제 통상환경이 변곡점을 맞이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은 단기 타결로 볼 수 없는 복합적인 변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전환과 정부의 긴밀한 대응책 마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