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질주에 미국차 점유율 27% 돌파…한미 車협상 판도 바뀌나

|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 간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시장 개방이 핵심 의제로 논의되는 가운데, 올해 들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미국산 차량의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가 판매 급증을 이끌며 미국산 자동차의 점유율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7일 자동차시장 조사기관인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 7월 한 달간 국내에서 판매된 미국산 승용차는 총 7,362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수입차 판매의 27.2%를 차지하는 수치로, 수입차 4대 중 1대 이상이 미국산임을 의미한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3만2,069대로, 같은 기간 수입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19.4%에 달했다.

이러한 증가세는 주로 테슬라의 판매 호조에 기인한다. 테슬라는 지난해에도 저가형 모델Y를 앞세워 2만9,754대를 판매하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브랜드 중 하나로 부상했으며, 올해는 상품성을 개선한 모델Y 주니퍼 효과로 7개월 만에 2만6,585대를 기록 중이다. 이 추세라면 올해 총 4만5,000대 이상이 팔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테슬라가 국내 진출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셈이다.

이처럼 미국차 판매가 늘어난 배경에는 비관세장벽 완화 효과도 있다. 한국 정부는 최근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산 자동차의 안전기준 상한을 폐지하는 데 합의했으며, 기존에는 회사당 연 5만대까지만 미국 기준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상한 폐지로 인해 미국차 수입 확대가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장 5만대를 초과하는 미국 브랜드는 없다는 점에서 시장 파급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미 테슬라가 이에 근접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어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미국산 픽업트럭 등 일부 차종에 적용돼 온 배기가스 기준 등의 규제가 추가로 완화될 경우, 향후 미국산 차량 수입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규제 완화 조치가 전기차 중심의 미국 브랜드에 직접적인 수혜를 안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한미 간 자동차 관련 무역 협상이 추가로 진전될 경우,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가 가속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기차 수요 확대와 맞물려 소비자 선택이 미국산 차량으로 쏠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수입차 시장의 판도 또한 변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