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도체에 100% 관세 예고…한국 수출 전략 ‘비상’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해 약 1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관련 국가들의 수출 전략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미국 내 투자 계획 발표 행사에서, 반도체와 집적회로를 포함한 모든 관련 제품에 대해 약 100%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언급했다. 그는 이 같은 조치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할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이면서, 자국 내 생산 유인을 강조했다. 이는 자국 제조업 부활과 중국을 겨냥한 공급망 재편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는 방침은 단순히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제한 조치가 아니라 미국 외 모든 수입 반도체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의 시행 시점을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최근 CNBC 인터뷰에서 “내주 정도에 추가 품목별 관세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 곧 구체적인 실행 일정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한국 역시 이번 조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반도체는 국내 전체 수출 품목 중 상위권에 속하며, 미국 수출 시장에서는 자동차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큰 품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 달러로, 전체 대미 수출의 7.5%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32.8%),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 등 주요 생산국·가공국과 비교하면 낮지만, 중간재 성격의 반도체 특성상 제3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재수출되는 구조를 고려하면 실제 영향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고강도 관세 정책은 그간 강조해왔던 ‘미국 중심 제조업 부활’ 기조와 맥을 같이한다. 이날 행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이 향후 4년간 미국에 6천억 달러(약 832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자국 내 기업 투자를 독려하는 정책 효과를 부각시켰다. 반도체를 비롯한 전략 산업의 미국 내 생산기지를 늘리는 한편, 중국 및 기타 아시아 국가들과의 기술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무역 규제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업의 생산 전략 변경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과 같은 반도체 강국은 미국 내 공장 투자 확대 또는 수출국 다변화 등을 포함한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해질 전망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체계의 지역 분산과 생산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