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회담 기대감에 국제유가 6일 연속 하락…지정학 리스크 완화

| 연합뉴스

국제유가가 최근 6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가운데, 주요 산유국 간 외교적 분위기 변화가 시장 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유가를 끌어내리는 데 한몫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8월 7일(현지시간) 기준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날보다 0.47달러(0.73%) 하락한 배럴당 63.8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확산하면서, 중동·유라시아발 공급 차질 우려가 소강 상태에 접어든 것이 원유 시장의 주요 분위기다.

유가 하락을 이끈 결정적인 요인은 미·러 간 고위급 회담 움직임이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외정책담당 보좌관은 양국이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 개최에 사실상 합의했다고 밝혔고, 푸틴 대통령 역시 회담 장소로 아랍에미리트(UAE)를 거론하며 논의 진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만약 회담이 성사된다면 2021년 이후 양국 정상이 처음으로 마주하는 자리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러시아 측에 8일까지 우크라이나와의 휴전 협정 체결을 요구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대규모 관세 부과와 에너지 수출 관련 제재를 예고했다. 그러나 회담 추진 움직임은 제재 시행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해석을 낳고 있으며, 이는 국제 원유시장 참여자들에게 공급 위축에 대한 우려를 덜게 하는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의 아시아 지역 수출가 인상, 중국의 7월 원유 수입 증가, 미국 내 원유 재고 감소 등 일부 유가 상승 요인이 있었지만, 트럼프-푸틴 회동에 대한 기대감이 유가 상승 압력을 누그러뜨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너지 자문회사 리터부시는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계획과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도 유가 하락을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OPEC과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오는 9월부터 하루 54만7000배럴 규모의 증산을 예고한 상태다.

이런 흐름은 국제 원유시장에서 정치적 이벤트가 가격 변동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향후 미·러 정상회담 성사 여부와 그 결과에 따라 유가는 상승세로 전환될 수도, 하락세를 더 이어갈 수도 있어 시장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