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2분기에만 약 118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6조 4천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수치는 월스트리트저널이 도요타, 폭스바겐, GM, 포드, 현대차 등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2025년 2분기 실적 발표를 분석한 결과다. 도요타는 해당 분기 미국의 관세 조치로 인해 영업이익이 30억 달러 가까이 줄었다고 밝혀, 개별 회사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뒤를 이어 15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폭스바겐, 11억 달러의 GM, 10억 달러의 포드까지, 대부분의 기업이 관세 부담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도 총 11억 7천만 달러, 약 1조 6천억 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나, 한국 기업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번 관세 정책의 핵심은 미국 내 제조업 확대 유도다. 관세 부담을 회피하려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해야 하지만, 이는 단기간에 실현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동일 차종을 여러 생산공장에서 만들면 규모의 경제가 무너질 수 있고, 설비 구축에는 막대한 자본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GM은 멕시코에서 생산하던 일부 차량을 2027년부터 미국으로 이전할 계획이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다.
자동차 업계의 이익 감소는 실제 수치로도 드러난다. 2025년도 글로벌 주요 완성차 기업(중국 제외)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약 2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도요타는 한 해 동안 관세로 인한 손실이 총 9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고, 순이익은 44% 감소할 것으로 예고했다.
가격 전가도 쉽지 않다. 제조업체들이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을 전가하려 해도, 서로 눈치를 보며 선제적인 조정을 꺼리는 모습이다. 일부 경영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적 언급을 피하기 위해 가격 책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증언했다. 이 와중에 미국 의회는 캘리포니아주처럼 환경규제가 강한 지역의 휘발유차 규제 법제를 무력화함으로써 일부 제조사들이 내연기관차 생산 부담을 덜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 것도 한 몫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관세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전 세계 완성차 업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 업체들은 이미 최대 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현지생산 확대를 모색해왔으며, 이번 조치는 그 흐름을 더욱 앞당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여러 지역별 자동차 시장이 기술 기준이나 소비자 성향 등에서 더욱 분화되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현지 설계·현지 생산’ 체제로 완전히 옮겨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무역 정책이나 정치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글로벌 자동차 산업 구도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