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모펀드 운용사의 무리한 기업 경영 관행을 막기 위해 현행 자본시장법이 아닌 상법을 손보는 것이 더 실효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 개정을 통해 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부채 조달과 자산 유동화 방식의 배당 환원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모펀드(PE, Private Equity)는 기업 인수합병 시장의 주요 자금 공급원으로, 다양한 산업 부문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이들 중 일부가 과도한 부채를 기반으로 회사를 인수한 뒤, 수익성 제고를 이유로 인력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을 단행해 사회적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피인수 기업의 재무 상태가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펀드 투자자들은 막대한 배당금을 챙겨가는 형태는 약탈적 경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임형준 선임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상법 개정이 보다 효과적인 규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단기성과 중심의 기업 운영, 무리한 차입 인수(LBO), 자산 매각을 통한 고배당 정책 등은 단지 사모펀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배주주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법만으로 접근할 경우, 국내 펀드 규제에는 적용되지만, 한국 투자자를 배제한 외국계 펀드에는 효율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회피 우려도 있다.
또한 국내 사모펀드 시장의 구조적 현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인수 전략에는 출자 약정액 1조 원 이상의 대형 펀드만 참여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운용사는 극소수다. 현재 인수합병 시장의 상당수는 해외계 펀드가 점유하고 있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자본시장법을 강화하면 해외 자본은 규제를 피해 탈출할 수 있는 반면, 국내 자본만 위축되는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임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사모펀드가 대중교통, 요양시설 등 공공성과 직결된 분야에까지 진출하면서 서비스 질 저하와 요금 인상 문제도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임 연구위원은, 각 산업별 규제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사회적 필수서비스 영역의 기업이 인수합병 대상이 될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사모펀드는 펀드 운용사(GP)와 투자자(LP) 간 사적 계약에 근거해 운영된다. 따라서 제도적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운용사의 성과와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운용사를 체계적으로 관리·감시할 수 있는 시장 중심의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감독 당국 차원에서도 인력 확충과 전문성 확보를 통한 감독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논의는 단기적으로 규제의 틈새를 보완하고, 장기적으로는 사모펀드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유도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내 자본의 경쟁력을 보호하면서 외국계 자본과의 균형 있는 규제 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