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가 가시화되면서, 스마트폰과 개인용 컴퓨터(PC) 등 IT 전자기기에 대한 수출 경쟁력 약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보다도 이러한 소비재 제품에 부과될 가능성이 있는 고율의 관세가 산업 전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나증권 김록호 연구원은 8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반도체 관세 방안보다도 스마트폰 등 최종 IT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여부가 훨씬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내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어 반도체는 일정 부분 관세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소비재 전자제품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 하워드 러트닉 장관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미국 내에 생산기지를 마련할 경우 반도체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식 언급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진출을 통해 일정 부분 방어 전략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은 대부분 중국·베트남·대만 등 해외 공장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되고 있어, 현지 생산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관세가 현실화되면 수출 환경 변화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애플은 이미 미국 내에서 약 6천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바 있어, 비교적 관세 부담에서 자유로운 위치에 설 수 있다. 반면, 해외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수출해야 하는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한 조건에 놓이게 된다.
보고서는 향후 미국 정부가 발표할 품목별 관세 조정 내용 중 스마트폰, PC 등 IT 제품에 대한 정책 방향을 집중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만을 바라보기보다는, 최종 제품에 부과될 수 있는 추가 비용이 시장 지형을 더욱 크게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기술 산업 전반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며, 국내 기업들도 현지 생산 확대나 공급망 재편 등 선제적 대응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향후 미국의 공식 관세 발표에 따라 글로벌 IT 업계의 판도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