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미국 주택금융의 핵심 축을 이루는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의 뉴욕증시 재상장을 본격 추진하면서, 금융시장과 주택시장이 예의주시하는 상황이 됐다. 두 기관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사실상 국유화된 이후 민영화 논의가 수차례 있었지만, 이번에는 구체적인 상장 계획이 검토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이 8월 8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안에 두 회사를 기업공개(IPO) 방식으로 뉴욕증시에 다시 상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통합 기업가치는 약 5천억 달러(약 700조 원) 이상으로 평가되며, 공모 주식은 전체 지분의 5~15% 수준으로 예상된다. 단일 상장이 될지, 아니면 각 기관별로 별도 상장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일반 소비자가 주택을 구입할 때 이용하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도록 관련 대출채권을 매입하거나 보증하는 역할을 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부실 대출 급증으로 인해 두 기관의 재정이 악화되자, 미국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사실상 이들 회사를 국유화했다. 현재 미국 재무부는 이들의 보통주 80%에 대해 신주 인수권 형태로 통제권을 가지고 있으며, 선순위 우선주도 보유하고 있다.
두 기관은 금융위기 전까지도 상장 기업이었다. 하지만 반복되는 실적 악화와 규제 변화에 따라 2010년 증시에서 퇴출됐고, 이후에도 회복은 요원한 상태였다. 이번 재상장 추진은 트럼프 행정부가 시장 중심의 민간 주도 정책 기조를 반영해 금융기관을 더 이상 정부의 손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다만 관련 움직임을 둘러싼 우려도 존재한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미국 모기지 시장의 유동성을 떠받치는 필수 기관인 만큼, 이들의 구조 변동이 무분별하게 추진될 경우 모기지유동화증권(MBS·Mortgage-Backed Securities) 구매심리 위축과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 같은 우려 속에서 앞서 트럼프 대통령 1기 정부 당시에도 민영화 시도가 있었지만 가시적인 성과 없이 멈춘 바 있다.
이번 상장 계획에는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시티그룹,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의 주요 금융회사 CEO들도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최근 워싱턴D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을 갖고, 관련 정책 조율에 참여했다. 아울러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그리고 연방주택금융청(FHFA)의 빌 펄티 청장 또한 실무 회의에 지속적으로 참석하며 논의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 같은 큰 폭의 제도 변화는 미국 주택금융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 향후 추진 과정에서 민간 수요 기반, 규제환경 조정, 정책 신뢰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성공적인 재상장이 실현될 경우 미국 정부와 투자자 간의 이해관계가 정리됨과 동시에, 민간 중심의 주택금융 체계가 재정립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