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7월 소비자물가 '0%' 멈춤…디플레이션 공포 다시 고개

| 연합뉴스

중국의 소비자물가가 7월에 전년 동기 대비 변동 없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세계 2위 경제대국의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되는 내수 부진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8월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0%를 기록했다. 이는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0.1%보다는 다소 나은 수치였지만, 중국 당국이 기대하는 내수 회복 신호로 보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CPI는 국민의 소비생활과 직결되는 물가 지표로, 상승률이 낮거나 제로를 기록할 경우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 6월 CPI는 0.1% 오르며 다섯 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는 듯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0%로 주저앉았다. 올해 1월에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설날)와 내수 진작을 위한 정부 정책이 맞물리며 CPI가 0.5% 상승했지만, 이후 2월에는 0.7% 하락했고, 3∼5월에는 매달 0.1%씩 내리는 흐름이 이어졌다. 이는 소비 여력이 여전히 제한적이며, 각종 단기부양책의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산 측 물가를 보여주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7월 PPI는 전년 동월보다 3.6% 하락했으며, 이로써 34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게 됐다. 이는 6월과 같은 낙폭이지만, 여전히 제조업 전반의 가격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PPI는 기업 간 거래에서 형성되는 가격지표로, 제조업 경기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따라서 이 지표의 장기 하락은 투자 위축과 고용 둔화로 연결될 수 있다.

중국 경제가 이처럼 부진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는 배경에는 미중 간 무역 갈등 장기화와 해외 수요 둔화,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수개월간 내수 확대, 재정 투입 확대, 금리 인하 등의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 모두 기대만큼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이 같은 흐름은 중국 경제가 당분간 저물가 국면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 만약 이러한 정체 상태가 장기화되면, 내수 중심의 성장전략 자체가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아시아를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중국 당국의 추가 경기 부양책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용할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