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 간 무역협상 이후 조선업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요 조선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TIGER 조선TOP10' ETF는 최근 한 달간 3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투자 열풍의 배경에는 미국과의 조선 분야 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타결된 한미 무역협상에서 미국 정부는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약 1천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 펀드 조성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한국 조선사들이 미국 조선 산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와 같은 움직임에 힘입어 관련 ETF 상품들의 수익률도 일제히 상승했다. 'TIGER 조선TOP10' ETF는 8일 기준 한 달 동안 30.8% 급등했으며, 'SOL 조선TOP3플러스' ETF도 같은 기간 30.7% 상승하면서 수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펀드는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표 조선 기업을 중심으로 분산 투자된 상품이다. 또 다른 조선 관련 ETF인 ‘KODEX 친환경조선해운액티브’와 ‘HANARO Fn조선해운’도 각각 26.6%, 22.8% 상승하며 역시 주목받았다.
조선주에 대한 투자세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들은 'TIGER 조선TOP10' ETF를 최근 한 달간 530억원 상당 순매수했으며, 'SOL 조선TOP3플러스'는 270억원 규모로 매입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조선업계의 실적 개선 기대에 근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최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3천71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투자 흐름이 한미 간 조선 산업 협력 계획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추진되느냐에 따라 장기적인 성과가 좌우될 것이라고 본다. 다올투자증권은 기술 교류, 공동 건조, 지분 투자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NH투자증권은 정부 차원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이 강화된 만큼 사업화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심스러운 시각도 제기된다. 아직 미국 내 사업 확장과 관련된 세부 계획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실제로 국내 조선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하게 될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투자 주체나 기술 이전 방식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수익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 내 조선 인프라 부족, 숙련 인력의 확보 문제, 수익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은 향후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인 기대감을 넘어, 장기적인 산업 재편과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향후 한미 양국 간 협력 방안이 구체화되고 사업이 본격 추진될 경우, 국내 조선업계 전반의 실적 개선과 글로벌 시장 내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