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대상 확대를 골자로 한 세제 개편안을 내놓자, 자본시장 침체 우려와 함께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제도 재검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금 강화 방침이 오히려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증시 활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7월 31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을 통해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낮췄다. 현재 대주주로 분류되면 양도차익에 대해 20~25%의 세율로 과세되기 때문에, 적용 범위 확대는 고소득층뿐 아니라 일반 장기투자자에게도 직간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당초 정부는 고소득자의 조세 회피를 방지하고 조세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라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강도 높은 기준 변경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증권업계는 이번 개편이 자본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세제 개편안이 발표된 다음 날인 8월 1일 국내 증시는 급락세를 보이며 ‘검은 금요일’이란 표현까지 나왔다.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4일부터 8일까지 전주 대비 19.6% 감소하면서 투자자들의 관망 분위기가 강해졌다. 증권사들은 과세 기준 강화가 오히려 성실하게 우량주에 장기 투자한 개인들까지 대주주로 분류해 과세함으로써 ‘부동산 대비 주식투자 차별’이라는 불만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배당소득 분리과세 개편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원래 정부는 배당 확대를 유도하고 기업의 자본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배당소득의 분리과세 제도를 도입했지만, 개편안에서는 이자·배당소득 중 일정 금액에 대해 35%(지방소득세 포함 시 38.5%)의 최고세율을 매기기로 했다. 이는 당초 예고됐던 20% 수준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배당을 늘리라는 정책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고배당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고, 적용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 수가 적어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금융투자업계는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세제 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정부 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협회는 취합된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세제 개편안의 입법예고 마감 시점인 8월 14일 전에 산업계 우려가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 같은 흐름은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정부의 중장기 정책기조와 충돌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은 만큼, 세제 적용 범위나 과세 기준에 대해 보다 정교하고 유연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투자 심리를 진작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지 못할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이탈과 자금 유출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