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1일 미국의 물가 지표 발표를 앞두고 소폭 하락세를 보이며 마감됐다. 이는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자금 유입 흐름까지 맞물리면서 원화가치는 다소 강세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6원 내린 1,38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환율은 1,385.5원에서 1,390.6원 사이에서 좁은 폭으로 오르내리며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전날보다 0.5원 낮은 1,389.1원으로 개장한 것도 시장의 하향 압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하락세의 배경에는 오는 12일 예정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가 있다. 해당 지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자료로, 연준의 금리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9월 연준 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는 미국 달러화 수요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원화 등 신흥국 통화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외환시장 외에도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눈에 띄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169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화 수요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환율 하락 재료로 반영됐다. 다만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24포인트 하락하며 3,206.77에 마감돼 주가 상승세와는 다소 엇갈린 모습도 보였다.
한편, 글로벌 외환시장 전반에서도 달러화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12% 하락한 98.093을 기록했다. 원/엔 재정환율도 100엔당 940.67원으로 하루 새 2.36원 내리는 등 전반적인 환율 흐름도 원화 강세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 물가 지표가 시장 기대보다 낮게 나올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더욱 확대돼,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가 심화될 수 있다. 반면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타날 경우엔 달러 반등과 함께 환율 상승 압력도 다시 커질 수 있어, 단기적 방향성보다는 경제 지표에 대한 시장 해석이 향후 추세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