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술주의 반란…캠브리콘, 마오타이 제치고 '최고가 주식' 등극

| 연합뉴스

중국 반도체 설계 기업인 캠브리콘 테크놀로지스가 최근 주가 급등세를 타면서, 전통적인 소비재 대표주 마오타이를 제치고 한때 중국 A주(내국인 대상 위안화 주식) 가운데 가장 비싼 주식에 올랐다. 이는 중국 증시에서 기술주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된다.

지난 8월 27일, 중국 본토 주식시장에서 캠브리콘의 주가는 장중 10% 넘게 오르며 1,464.98위안까지 상승했다. 같은 시각, 고급 백주(白酒) 브랜드인 구이저우 마오타이의 주가는 1,448위안까지 내려가며 잠시 캠브리콘에 왕좌를 넘겼다. 다만 오후 들어 캠브리콘 주가는 상승폭을 반납하고 1,372위안에 장을 마쳐, 종가 기준으로는 다시 마오타이에 자리를 내줬다.

특정 종목이 일시적으로나마 마오타이를 능가한 것은 드물게 보는 현상이다. 마오타이는 오랫동안 중국 증시에서 시가총액과 주가 수준으로 ‘국민주’ 위치를 차지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캠브리콘은 중국의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기대 속에서 급부상한 기술기업이다. 특히 스타트업 기업 딥시크의 상장 성공을 계기로, AI 관련 수혜 종목 전반에 주목이 쏠리면서 캠브리콘도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캠브리콘의 상승세는 단지 기대감에 그치지 않았다.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는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48% 급증한 28억8천만 위안(약 5,600억 원), 순이익은 10억4천만 위안(약 2,020억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8월 26일 AI 산업 발전 로드맵을 발표하며 2027년까지 차세대 스마트 기기 보급률을 70%로 높이고, 2035년까지는 ‘스마트 사회’로 진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도 캠브리콘 주가에 힘을 실었다. 최근 미국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H20’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자, 중국 당국은 자국산 반도체 채택을 독려하고 있다. 이는 곧 국산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정책적 수요로 이어지고 있으며, 캠브리콘은 그 중심에 있는 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이에 힘입어 캠브리콘의 목표 주가를 1,835위안으로 50% 상향 조정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중국 경제 구조에서도 의미심장한 흐름을 나타낸다. 소비재 중심의 내수 성장 전략이 한계를 드러내는 가운데, 기술주 특히 반도체·AI 분야가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소비재보다 기술주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자본시장의 무게중심 역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인 주가 변동을 넘어, 중국이 기술 자립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려는 구조적 전환과 맞물려 있다. 향후에도 정부의 정책 지원과 민간 기업의 기술적 진전이 맞물린다면, 캠브리콘을 비롯한 중국 기술기업들이 시장의 새로운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