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국내 기술을 활용한 공공 주도 사업이 민간 경쟁자를 제치고 대거 선정됐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기술 자립과 산업 생태계 강화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1일 발표를 통해 2025년 상반기 해상풍력 발전 경쟁 입찰 결과를 공개했다. 총 500메가와트급 규모가 공고된 공공 주도형 입찰에는 4개 사업자가 모두 낙찰됐으며, 실제 낙찰 규모는 689메가와트에 달했다. 반면, 750메가와트 안팎의 일반형 입찰에는 두 건의 민간 사업이 응모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사실상 정부가 별도의 지원 구도를 마련해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사업에 명확히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이번에 낙찰된 공공 사업은 서남권 해상풍력 시범단지(400메가와트), 한동·평대 해상풍력(100메가와트), 다대포 해상풍력(99메가와트), 압해 해상풍력(80메가와트) 등 총 4곳이다. 이들 사업은 한국전력 및 발전 자회사 등 공공기관이 주도하고 있으며, 대부분 국산 대형 터빈(10메가와트급)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의 터빈이 처음으로 본격 시장 진입에 성공하게 됐다.
반면, 낙찰에서 탈락한 민간 사업은 외국 기술 비중이 높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덴마크 업체 CIP의 해송3 해상풍력이나 명운산업개발의 한빛 해상풍력 사업은 유럽산 터빈 도입이나 외국 기술 기반의 국내 조립 방식 등을 선택했지만, 이번 입찰에서는 높은 안보 평가 점수와 공급망 내재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제외됐다. 정부는 이처럼 입찰 평가에서 비가격 요소인 에너지 안보 기여와 국산 기술 사용 여부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았다.
정부가 이러한 선택을 한 배경에는 태양광 산업의 실패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국내 태양광 시장의 급성장시 중국산 기술과 제품이 대거 점유율을 차지했던 전례를 반면교사 삼아, 해상풍력 분야에서는 기술 자립과 국내 산업 육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셈이다. 현재 국내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와 유니슨이 각각 10메가와트급 대형 터빈 국산화에 참여 중이며, 이에 맞춰 공공 부문이 우선적으로 이를 도입하는 구조로 정책 방향이 설정됐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약 14기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약 100조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 개별 단지당 사업비는 6조~7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여, 해상풍력은 단순한 에너지 공급원이 아닌 국가 전략 산업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해상풍력 기술의 국산화 비중을 높이고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공공을 중심으로 조성된 산업 생태계가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기반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