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시장 내 번호이동 규모가 지난 7월 정점을 찍은 후 8월 들어 뚜렷하게 감소하면서, '단통법' 폐지 효과가 예상보다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SK텔레콤 해킹 사태 이후 촉발된 보조금 경쟁도 진정세에 접어들며 이통 3사의 마케팅 공세가 주춤해진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9월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한 달 동안 이동통신 번호이동을 한 가입자는 총 64만 4,6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SK텔레콤 해킹이 공개된 지난 4월의 69만 900명보다도 적은 수준으로, 해킹 사태 이후 이어졌던 가입자 쟁탈전이 사실상 일단락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번호이동 규모는 4월 이후 급격히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5월에는 93만 3,500명으로 급증하며 큰 폭의 반등을 나타냈고, 6월엔 다소 주춤했지만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이른바 '단통법'이 폐지된 7월에는 95만 6,800명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단통법이 2014년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폐지된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기기 변경 수요와 통신사 간 경쟁이 일시적으로 확대된 결과다.
하지만 8월 들어 번호이동 규모가 다시 줄어든 것은, 이미 7월까지 통신사 간의 보조금 경쟁이 과열된 상태에서 일시적인 마케팅 공백이 생긴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SK텔레콤 해킹 사태 당시 적극적인 보조금 제공으로 고객 이탈을 막으려 시도한 통신사들이, 단통법 폐지 후에는 예산과 정책상 과도한 마케팅을 지속하지 못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8월 기준 통신사별 가입자 증감을 보면 SK텔레콤만이 1만 3,090명의 순증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가입자를 늘렸다. 해킹 사건으로 신뢰에 타격을 입었던 SK텔레콤은 공격적인 마케팅 후속 대응을 통해 일부 손실을 회복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KT는 7,863명, LG유플러스는 221명의 가입자를 각각 잃었다.
이 같은 흐름을 볼 때, 단통법 폐지가 당초 기대만큼 시장 전반의 활발한 이동을 장기적으로 유도하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통신사들이 얼마나 차별화된 요금제와 단말기 혜택, 또는 신규 서비스 전략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번호이동 시장의 변동성이 또 한 차례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