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의 국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창작자 수익 구조와 저작권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면서 지속 가능한 문화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제도 개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BTS, 블랙핑크,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으로 대표되는 K-콘텐츠는 전 세계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한류 팬은 전 세계적으로 2억 2천500만 명에 달하고 있으며, 음악 산업 수출도 2023년 1조 7천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글로벌 팬덤 기반 플랫폼 ‘위버스’ 이용자의 87%가 해외 이용자인 점만 봐도 K-컬처는 내수보다는 글로벌 시장 위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겉으로는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이 산업에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창작자의 수익 구조가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K-팝 시장이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국내 창작자들은 대부분 한 작품으로 평생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의 음원 시장은 미국에 비해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창작물 수익은 플랫폼이나 유통사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어 창작자 몫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러한 배경에는 저작권 관리체계의 비효율성과 독점구조가 있다. 한국은 사실상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 단일 기관이 음악 저작권을 신탁 관리하고 있어, 창작자는 자신의 환경이나 수익 구조에 맞게 신탁기관을 선택하기 어렵다. 반면 미국 등에서는 다양한 공연권 단체가 존재해 선택권과 경쟁 구조가 자연스레 작동하고 있으며, 정산도 빠르고 투명한 편이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는 이미 저작권을 단순 관리가 아닌 금융 자산화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IP(지식재산권)를 담보로 한 펀드나 NFT 거래 같은 금융 모델이 활성화돼 있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창작자에게 안정적 자금을 제공하고 투자자에게도 수익 기회를 제공하는 이중 효과를 낸다. 한국도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창작자 선택권 확대, 정산 투명성 제고, NFT 등 디지털 기반 저작권 거래 시스템 도입, 창작자 권익 보호 강화 등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최근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창작 생태계의 위기를 직접 언급했다. 최 장관은 현장의 문제로 단일 신탁 구조, 공연 인프라 부족, 영화 투자 부진 등을 꼽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제도 개편과 범정부 차원의 대책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장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접근이 요구된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K-컬처가 문화 강국 수준을 넘어 세계 문화·금융 융합 생태계의 새로운 표준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를 가리는 갈림길이 될 수 있다. 화려한 수출 실적과 팬덤에 안주하지 않고, 제도 개편과 저작권 금융화를 통해 창작자가 존중받는 구조로 나아가야 K-컬처의 미래가 지속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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