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일가 주식 보상 줄고…순환출자 해소 '지배구조 손질' 본격화

| 연합뉴스

대기업집단에서 총수와 친족, 임원에게 주식으로 성과 보상을 제공하는 계약이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일부 기업은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순환출자 구조를 자발적으로 정리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월 10일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 소유현황’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총수가 있는 81개 공시기업집단 소속 3,090개 회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총수 일가 등에게 주식 보상 약정을 맺은 대기업은 13곳으로, 총 353건의 약정이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17곳, 417건에 비해 줄어든 수치다. 이 같은 주식 지급은 주로 특정 성과 조건을 만족했을 때 주식을 제공하는 방식(양도제한조건부 주식, RSU)과 단기 실적에 따라 주식을 부여하는 방식(스톡그랜트)으로 이뤄진다.

이 중 SK가 170건으로 가장 많은 주식 보상 약정을 체결했고, 하이브, 아모레퍼시픽, 두산, 한화, 크래프톤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한화와 유진은 총수 2세들과 실제 주식지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돼 세대 승계 과정에서 보상 성격의 주식 활용이 일정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올해는 일부 대기업집단이 자발적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며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점도 눈에 띈다. KG는 과거 10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를 2개로 줄였고, 태광도 여러 해 유지했던 순환출자 구조를 전면 해소했다. 올해 처음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사조는 여전히 1,218건의 순환출자 구조가 남아 있지만 단계적으로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런 자발적 구조 개선의 확대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인다고 평가했다.

자사주 보유 현황에서도 특이점이 드러났다. 414개사가 자사주를 보유 중인데, 이 중 미래에셋생명보험은 자사주 보유율이 34.2%로 가장 높았다. 이어 롯데지주, 티와이홀딩스, 인베니, SK 등도 자사주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 목적 외에도 주가 부양 등에 이용될 수 있으며, 향후 관련 법 개정 시 소각 의무가 강화될 경우 이들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총수일가의 지분 구조도 올해는 변화가 감지된다. 전체 내부 지분율은 62.4%로 전년보다 소폭 상승했고, 이는 대형 인수합병(M&A)이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기업의 증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크래프톤, 부영, 반도홀딩스 등은 총수 보유 지분율이 높았고, 넥슨과 한국앤컴퍼니 등은 총수 2세의 높은 지분율이 특징적이다.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인 회사는 전체 기업의 31%에 달하며, 당국은 향후 더욱 엄격한 감시를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대기업들이 점차 주주 관점과 시장 신뢰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자발적인 구조 개선과 신중한 보상 체계 운용은 중장기적으로 기업 투명성과 지속가능 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 역시 시장 감시 기능을 지속 강화하겠다는 방침인 만큼, 향후 기업의 지배구조와 지분 구조 변화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