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마늄 가격, 14년 만에 최고… 중국 규제에 미·중 '소재전쟁' 격화

| 연합뉴스

중국의 희귀 금속 수출 제한 조치가 본격화되면서, 군사·산업용 핵심 소재인 게르마늄의 국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특히 최근 공급 부족이 심화되며 게르마늄 가격은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의 원자재 전문 조사기관 패스트마켓츠에 따르면, 게르마늄 가격은 2023년 초만 해도 1킬로그램당 약 1,000달러였지만, 2025년 9월 현재 5,000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부터 집계된 자료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게르마늄은 군용 열 영상 장치, 통신 장비,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희귀 금속으로, 전략물자로 분류돼 주요 국가들의 관리와 주시를 받고 있다.

이번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중국은 지난 2023년 8월, 미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에 대응하기 위해 게르마늄과 갈륨의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으며, 2024년 말부터는 수출량이 실질적으로 급감했다. 나아가 2024년 12월에는 게르마늄, 갈륨, 안티몬 등 이중용도(민간과 군사 병용) 금속에 대해 미국 수출을 사실상 차단했다. 특히 군사 목적이 의심되는 수출의 경우 전면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이 같은 조치로 인해 미국과 그 우방국들은 대체 공급선을 찾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내 수입량을 봐도, 2025년 1~7월 동안 중국산 게르마늄 수입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실버라도 폴리시 액셀러레이터의 분석에서 확인됐다. 그동안 게르마늄을 공급해오던 중국 외 국가인 벨기에와 캐나다의 생산량은 극히 적고, 과거 주요 공급국이었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인해 수출이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도 대응에 나섰다. 최근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은 한국의 비철금속 업체인 고려아연과 게르마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안정적인 원료 확보 차원에서 이루어진 조처로, 향후 한국 등 중국 외 국가의 공급능력이 주목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게르마늄을 비롯한 전략 희소 금속이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무기화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향후 시장에서는 공급 다변화와 재활용 기술 강화가 핵심 대응 전략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소재 수급의 안보적 가치가 부각되면, 이에 따른 국가 간 협력과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도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