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서비스 무역적자 6조 원 돌파…한국, 기술의존 현실 마주하다

|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지식서비스 무역수지가 약 6조 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분야별 기술 의존도와 디지털 콘텐츠 소비 패턴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행이 9월 17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지식서비스 무역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지식서비스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총 45억3천만 달러(약 6조2천6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적자였던 37억6천만 달러보다 7억7천만 달러 증가한 규모다. 지식서비스 무역이란 주로 지식과 정보에 기반해 디지털형태로 거래되는 서비스로, 지식재산권 사용료, 정보통신, 문화·여가, 전문·사업 서비스 등을 포함한다.

이번 적자 확대의 핵심 요인은 특허나 상표권 같은 산업재산권 사용료와 연구개발(R&D) 관련 해외 서비스 지출이 늘어난 데 있다. 특히 산업재산권 부문에서는 해외 브랜드 사용료와 프랜차이즈 비용이 증가하면서 적자 폭이 17억5천만 달러로 커졌다. 또한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게임, 인공지능(AI) 기반 앱에 대한 해외 구독 수요가 늘면서 저작권 부문에서도 5억1천만 달러 가까이 적자가 확대됐다.

이와 같은 적자 구조는 단순한 소비 증가를 넘어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 원천기술 의존도와도 맞닿아 있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한 특허 사용과 R&D 외주 발주가 늘어나면서 적자 요소로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러한 비용 지출이 생산과 투자 확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분야에서 적자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정보통신서비스 분야에서는 같은 기간 흑자 규모가 12억8천만 달러에서 19억6천만 달러로 확대되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나라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외국 앱을 탑재하고 그에 따른 서비스 제공 대가를 받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화·여가서비스 분야 또한 K팝 등 K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공연·전시 부문 수출이 늘며 4억4천만 달러 수준의 흑자를 유지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국과 동남아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게임과 특허 상품권 수출 호조로 35억7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반면, 북미 지역에서는 37억7천만 달러, 유럽에서는 21억8천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이는 우리나라가 아시아 시장에서는 콘텐츠와 플랫폼 수출국으로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북미에서는 여전히 기술 수입국의 위치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이 같은 흐름은 우리 경제의 지식 기반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자립도를 어떻게 높여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당분간은 제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함께 플랫폼·콘텐츠 수출 강화가 병행돼야 적자 구조의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