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지난 8월 한 달 동안 전체 가입자의 휴대전화 요금을 대폭 감면하면서, 이례적으로 생산자물가가 하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통신요금 인하 조치가 물가 지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12로 전월 대비 0.1% 하락하며 석 달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로, 통상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번 지수 하락은 SK텔레콤의 일시적인 요금 인하 정책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동통신서비스 항목은 지난달 한 달 동안 무려 26.2% 하락했으며, 이로 인해 전체 물가 지수를 약 0.24%포인트 낮춘 것으로 한국은행은 추정했다. SK텔레콤은 해킹 사고에 따른 대규모 가입자 이탈 사태가 발생하자, 전체 2천만명에 이르는 고객에게 8월 한정으로 요금을 50% 감면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문희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해당 조치가 없었다면 생산자물가가 오히려 전월 대비 0.2% 상승했을 것”이라며 민간기업의 가격 결정이 지표에 미치는 영향력을 강조했다.
한편, 통신 이외 품목에서는 공급 압박으로 가격이 상승한 사례도 있었다. 농산물 가운데 배추(35.5%), 시금치(30.7%) 등 일부 품목은 큰 폭으로 상승했고, 수산물 가격도 조기(45.2%)를 중심으로 뛰었다. 휴양콘도 등 일부 서비스 항목 역시 12.5% 오르며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석탄 및 석유제품은 1.1% 하락했고, 정보통신 및 방송 서비스와 사업지원서비스 가격도 함께 내려 전반적인 서비스 분야 물가를 0.4% 끌어내렸다.
수입품을 포함한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2% 올랐다. 원재료(1.2%)와 최종재(0.1%) 모두 소폭 상승해, 국제 원자재 가격 등 외부 요인 역시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생산품에 수출상품을 더한 총산출물가지수도 0.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은 민간 통신사의 비정상적 할인 조치가 거시적 지표인 생산자물가에까지 직접 반영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 정부나 민간의 일회성 가격 조정이 통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향후 정책당국은 물가 흐름 해석 시 일시적 요인을 분리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또한, 농산물 가격의 급등 등 기초 물가의 불안정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이 같은 흐름이 추세적 안정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지속적인 주의가 요구된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