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문직 비자에 대한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기로 하면서, 미국 대형 은행들이 인도에서 고급 인력을 적극적으로 유치·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더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 내 일자리 보호를 목표로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인도 등 해외 사업 거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19일, 대표적인 전문직 비자인 H-1B의 신규 발급 수수료를 기존 1천달러에서 무려 10만달러로 올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H-1B 비자는 주로 정보통신, 의료, 회계 및 컨설팅 분야에서 필요한 고급 외국인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제도다. 이에 따라 미국 내 기업들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대안으로 저비용 고숙련 인력을 보유한 인도 시장으로 시선이 옮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투자은행들은 이미 인도 뭄바이, 벵갈루루, 하이데라바드 같은 IT 허브에서 '글로벌 역량센터(GCC)'를 운영 중이며, 이번 조치 이후 그 의존도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들 센터는 주식이나 채권 거래 지원, 리스크 관리, 규제 준수,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맡으며 미국 본사의 핵심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 미국보다 낮은 인건비로 숙련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효율도 뛰어나다.
예를 들어, 시티그룹은 인도에 3만1천 명,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약 2만7천 명, JP모건 체이스는 5만5천 명을 고용하고 있어, 이미 GCC 인력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다. 채용업계에 따르면, 비자 규제가 지속된다면 이러한 해외 이전 기조는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인도 채용 전문 업체 안라거 인포테크의 설립자 우메시 찻제드는 “새로운 규제가 도입되지 않는 한 외국계 은행들의 인도 투자와 채용 확대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내다봤다.
실제로 인도의 GCC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회계법인 언스트앤드영에 따르면 이 시장은 연평균 9.8%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지난 5년간 640억달러(약 89조원) 규모로 커졌다. 현재 운영 중인 GCC는 약 1천700곳에 이르며, 오는 2030년에는 최대 2천500곳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흐름은 결국 미국 정부의 비자 제한 정책이 되레 해외 이전을 자극해, 트럼프 대통령이 목표로 삼은 자국민 일자리 보호와는 다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결과적으로 노동비용을 아끼려는 글로벌 금융사의 선택이 미국 고용시장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향후 비자 정책의 유연성과 기업들의 인력 운용 전략이 글로벌 경제의 노동 시장 구조를 얼마나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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