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이커머스 업체 컬리의 기존 주식 일부를 인수하면서 양사 간 전략적 협력 관계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번 지분 인수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라기보다 온라인 유통 시장 내 주도권 경쟁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9월 23일 컬리의 구주 일부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구주는 이미 시장에 발행된 주식으로, 보통 기존 투자자나 회사 내부 보유자로부터 사들이는 방식이다. 네이버 측은 "양사 간 전략적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지분율이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이번 투자가 약 500억~6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지분 인수는 네이버가 최근 보여온 이커머스 영역 확장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네이버는 지난 9월 5일 쇼핑 애플리케이션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컬리를 입점시키고, 양사 공동 브랜드인 '컬리N마트' 서비스를 선보였다. 컬리의 프리미엄 식재료와 새벽배송 역량이 네이버 플랫폼과 결합되면서,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네이버는 이미 2020년 CJ대한통운과 약 6천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통해 물류 시스템을 보완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자사 판매자들이 CJ 물류망을 활용할 수 있게 하면서, 쿠팡의 로켓배송에 맞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네이버와 컬리의 협업 역시 최종적으로는 '플랫폼+풀필먼트(물류, 배송 등 전반)' 통합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이 선도하고 있으며, 신세계와 알리바바 간 합작법인의 조건부 승인, SSG닷컴과 지마켓의 합병 등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네이버의 이번 행보는 단순 입점 관계를 넘어 지분 투자까지 병행하며 시장 지배력 확대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네이버가 플랫폼 기업에서 유통 인프라까지 갖춘 종합 커머스 사업자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소비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온라인 식품 유통 시장에서 컬리와의 시너지는 향후 네이버의 주도권 확보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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