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인도법인 상장 추진…1조8천억 확보해 신흥시장 정조준

| 연합뉴스

LG전자가 인도 현지법인의 증시 상장을 추진하면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미래 신사업과 연구개발에 투입될 예정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 수익성과 체력 모두를 강화하려는 전략이 명확해지고 있다.

LG전자는 9월 30일 이사회를 열고 인도 자회사의 보유 지분 중 15%를 현지 증시에 상장하는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지분의 가치는 약 1조8천억 원으로 추정되며, 이 자금은 LG전자 입장에서 위기 상황에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재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상장은 기존 지분을 매각하는 구주매출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자본금 희석 없이 자산 효율만 높이는 방식이기도 하다.

LG전자의 이번 결정은 전반적인 가전업계의 수요 부진과 경영 악화를 타개하려는 대응 전략 중 하나로 풀이된다. 실제로 LG전자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7%나 줄었고, 특히 주력 사업 중 하나인 TV 부문에서 크게 부진했다. 이에 따라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전 사업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LG전자는 인도 시장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인도는 현재 에어컨과 세탁기의 보급률이 10~20% 수준에 머물러 있어 본격적인 소비시장 확대가 기대되는 지역이다. 여기에 내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천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계 구매력이 확장되는 중산층 중심의 수요 성장도 빠를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현지에서 이미 가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최근까지도 브랜드 선호도에서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축적된 인프라와 시장 기반을 바탕으로 LG전자는 인도에서의 사업 확대를 구체화하고 있다. 노이다, 푸네에 이어 지난 6월에는 인도 남부 스리시티에 세 번째 현지 공장을 착공했으며, 이 공장은 인도 전역뿐만 아니라 중동,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주변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사우스 거점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향후 인도에서만 연간 매출 4조 원, 순이익 4천억 원 달성이 가능하리란 기대도 나온다.

LG전자의 이번 행보는 단기적 재무개선을 넘어 중장기적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글로벌 사우스를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 확대와 R&D 강화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방향성은 향후 기업 체질 개선과 장기 성장 기반 마련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