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을 매각해 2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확보하면서 재무 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주력 사업의 업황은 여전히 침체 국면에 머물고 있어, 향후 실적 개선 여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10월 1일, LG에너지솔루션 보유 지분 가운데 약 1조9천981억 원 규모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매각 방식은 주가주식스와프(PRS) 형태로 이뤄진다. PRS는 자회사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해 일정 시점에 주식을 되사는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구조다. 이번 거래를 통해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단기적인 재무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메리츠증권은 이번 지분 매각이 기업의 글로벌 최저한세(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세계 주요국이 합의한 제도로, 연 매출 7억5천만 유로(약 1조 원) 이상 글로벌 기업에 최소 15%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LG화학은 이번 매각 수익 덕분에 올해 초과했던 세 부담 일부를 내년으로 이월할 수 있어 유동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세금 납부 시점을 조정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재무 구조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LG화학의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110.7% 수준으로 재무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자금 유입으로 차입금을 일정 부분 상환하게 되면, 극단적인 재무 리스크를 피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기업 가치의 핵심인 사업부 실적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 분위기다. 메리츠증권은 보고서에서 LG화학의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분야의 업황 개선이 단기간 내 어렵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산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고, 수요 둔화 국면이 지속되면서 제품 가격과 수익성이 모두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 사업 또한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성장이 주춤해진 상황이다.
이처럼 재무적 측면에서는 안정화 조치가 이뤄졌지만, 수익 구조 자체의 회복이 뒤따르지 않으면 근본적인 기업 가치 상승은 제한적일 수 있다. 현재로서는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 상향 여력도 낮다는 증권가 의견이 많다. 향후 LG화학이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거나 경영전략 수정에 나설 경우, 투자심리에 긍정적 반전이 생길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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