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에이지 테크로 고령화 돌파…한국도 민관 협력 나설 때

| 연합뉴스

일본이 고령화 사회 대응을 위해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에이지 테크’를 신산업으로 육성하면서, 비슷한 문제에 직면한 한국도 이 분야에서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빠르게 고령 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일본 사례를 정책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10월 6일 발표한 '초고령사회 일본의 에이지 테크'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된 국가로, 이미 초고령 사회(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21% 이상)에 진입한 상태다. 이에 따른 돌봄 인력 부족과 의료 지출 증가 등 사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민간 기업은 로봇,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에이지 테크 산업에 공동 투자하고 있다.

에이지 테크란 고령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 로봇, 디지털 헬스케어 등을 활용하는 고령 친화 기술을 말한다. 단순한 돌봄보조 기술을 넘어, 고령자 대상 금융 서비스, 쇼핑, 커뮤니티 참여까지 포괄하는 폭넓은 서비스를 지칭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요양시설에 가지 않고 자택에서 생활할 수 있는 스마트홈 기술과 맞춤형 식단·운동 관리 서비스가 시장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헬스테크 기업 아스켄은 식사 기록과 건강 상담을 결합한 앱을 통해 60대 이상 사용자 수를 4년 만에 3.4배 늘리는 등 고령층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기술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민관 협력 기반의 실증 플랫폼도 적극 운영하고 있다. 요양시설이나 고령자의 자택 현장에서 로봇 기술을 실험·검증하도록 돕는 인프라를 갖추고, 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을 통해 시장 기반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핀테크 분야에서도 고령 친화적인 간편 앱을 통해 전자결제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등장하는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고령층을 주요 수요층으로 삼고 있다.

한국도 2017년 고령 사회에 진입한 이후, 2024년 초고령 사회에 들어섰으며, 고령화 속도는 일본보다도 빠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돌봄 관련 인력 부족은 2022년 19만 명에서 2042년까지 최대 15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방치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3.6%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이에 따라 국내 실버산업 규모는 2020년 72조 원에서 2030년에는 168조 원 수준으로 2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한국도 일본처럼 에이지 테크 관련 기술을 민관이 협력해 실증하고 확대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과 기업이 연계할 수 있는 '협업 이음터'나 '민관 협력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실증 기반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이 고령화에 따른 사회 구조 변화에 대응하면서 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인공지능과 로봇 기반의 고령자 지원 기술이 제도화되고 상업화된다면, 고령사회 대응은 물론 경제성장 동력 확보에도 긍정적 신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