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美관세에도 3분기 8.23% 성장…수출 급증이 견인

| 연합뉴스

베트남 경제가 미국의 관세 압박에도 불구하고 3분기에 8%를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놀라운 회복력을 보였다. 수출 확대와 관광 회복세가 성장의 주된 원동력으로 꼽힌다.

베트남 통계청은 2025년 10월 6일,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8.2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7.15%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직전 분기(2분기) 성장률 역시 기존 7.96%에서 8.19%로 상향 조정됐다. 이러한 성장세는 미국이 8월부터 베트남산 수입품에 대해 2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가운데 나온 결과로,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내실 있는 경제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장을 이끈 주요 요인은 수출 호조였다. 3분기 베트남의 전체 수출 규모는 1,285억 7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8.4% 증가했다. 특히 미국으로의 수출이 무려 38%나 급증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관세 부과 전에 선출하량을 늘리려는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9월에는 대미 수출이 전월 대비 1.4% 감소하는 등 관세의 실질적 영향이 서서히 반영되는 조짐도 보였다.

산업 전반의 생산 회복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했다. 올해 1∼3분기 기준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9.1% 증가했으며,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입은 8.5% 늘어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관광 부문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동기간 외국인 관광객은 총 1,540만 명으로, 전년 대비 21.5% 늘었다. 이는 베트남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관광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인 개방 정책을 펼친 효과로 풀이된다.

다만 일부 산업은 관세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9월엔 신발 분야 수출이 전월 대비 27%나 급감했다.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등 글로벌 브랜드의 신발 생산을 다수 담당하고 있는 베트남 입장에서는 민감한 타격으로,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군에 경고 신호가 켜진 셈이다.

베트남 통계청은 이러한 경기 흐름에도 불구하고 올해 정부의 연간 성장률 목표(8.3∼8.5%) 달성은 세계 경기 둔화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기준 3.38%로 나타나 물가 통제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베트남 경제가 미중 갈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외부 변수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성장 지속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제조거점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며 수출 다변화에 성공한다면 중장기적인 성장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