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업 44.5%가 순이익 0원 이하…역대 최악 수익성

| 연합뉴스

작년 법인세를 신고한 기업들 가운데 순이익을 전혀 내지 못한 법인의 수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대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익을 기록하지 못한 기업의 비중도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라, 전반적인 기업 수익성이 악화된 현실을 반영했다.

9일 국세청이 발표한 국세통계에 따르면, 2024년 법인세를 신고한 국내 기업 105만 8,498곳 중 순이익이 0원 이하인 법인은 47만 1,163곳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4만 5,933개 늘어난 수치로, 2012년 통계 작성 개시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다. 심지어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기업 수익이 급감했던 2021년(4만 4,394개 증가)보다도 증가 규모가 더 컸다.

이로 인해 당기순이익이 1원도 되지 않는 법인의 비중은 전체 신고 법인의 44.5%에 달해, 역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이 비중은 40%를 밑돌았지만, 2020년 이후 경기 둔화가 심화되면서 계속 증가세를 보여 왔다. 2021년엔 42.4%, 2022년엔 41.9%, 2023년에는 41.3%로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지난해 큰 폭으로 반등한 것이다.

상황은 중대형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순이익이 100억 원을 넘는 법인의 수는 3,776곳으로, 전년보다 296곳 줄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전까지 매년 꾸준히 늘어났던 고수익 기업마저도 이익을 줄이며 시장 환경 악화를 피해가지 못한 셈이다. 이들 고이익 법인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36%로 전년(0.39%)보다 하락했다.

이처럼 모든 매출 규모의 법인들이 동시에 수익성 악화를 겪은 배경에는 지속된 경기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내수 위축,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기업 실적에 압박을 가해 왔다. 실제로 작년 국세 수입은 예산보다 30조 8,000억 원이나 적어 ‘세수 결손’이 발생했으며, 올해 역시 12조 5,000억 원이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업 경기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기업경기실사지수(CBSI)는 올해 들어서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특히 소비 둔화와 건설업 부진 등 실물 경제 지표들이 좀처럼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 이익 구조의 안정성 확보와 정부의 경기 대응 정책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