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자회사 암(Arm) 홀딩스의 지분을 담보로 글로벌 은행에서 약 50억 달러(한화 약 7조 1천억 원)를 추가로 조달하기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 이는 최근 AI(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 행보와 맞물려 유동성 확보를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번 대출 협상은 블룸버그 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것으로, 소프트뱅크는 영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설계 자회사 암 홀딩스의 주식을 담보로 삼고 일부 국제 대형 은행들과 대출 조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암 홀딩스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 상장한 이후 기술주 투자자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소프트뱅크가 발표한 최근 실적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이미 암 주식을 담보로 135억 달러 규모의 대출을 끌어온 상태다. 이 가운데 50억 달러는 아직 사용되지 않고 대기 중이며, 이번에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새로운 대출분까지 포함하면 담보를 통한 전체 차입 규모는 185억 달러에 달하게 된다.
소프트뱅크가 이처럼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배경에는 AI를 둘러싼 전략적 투자가 있다. 회사는 올해만 해도 오픈AI에 75억 달러를 투자했고, 연내 추가로 225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여기에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전문 업체인 미국 암페어컴퓨팅을 65억 달러에 인수키로 했으며, 최근에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인텔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고 스위스 ABB의 로봇 부문을 54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이 같은 투자 러시는 단순한 기업 인수나 지분 확보를 넘어,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이라는 장기 전략으로 연결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오픈AI와 오라클과 함께 미국 내 5000억 달러 규모의 차세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구축에도 참여 중이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최근 각종 인터뷰에서 “AI를 인류 최대의 기회”로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런 가운데 대규모 차입을 통한 투자 확대는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다시 시험대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소프트뱅크는 과거 위워크, 쿠팡 등의 투자 실패로 인해 큰 손실을 겪은 경험이 있는 만큼,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행보가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지를 주시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금리 상황과 AI 산업의 성장 궤도가 이 같은 투자전략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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