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 시장이 다시 한 번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과 달러 가치 약세가 맞물리면서 금 현물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4,100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금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57%나 상승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 현물은 장중 온스당 4,131.29달러까지 치솟으며 최고치를 경신했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선물 역시 3.4% 오른 온스당 4,135.50달러로 마감됐다. 이같은 상승세는 달러화 약세뿐 아니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 완화 기조에 대한 기대감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 역시 함께 급등하며 1980년 ‘은파동’ 당시 고점을 넘어섰다. 당시 텍사스의 석유 재벌 헌트 일가가 대규모 자금으로 은을 사들여 가격을 끌어올렸던 전례가 있는데, 이번에는 지정학적 불안과 공급 부족, 산업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은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날 은 현물 가격은 온스당 52.51달러로 치솟아 1980년 고점이던 50달러를 돌파했다. 올 들어 은값 상승률은 약 73%로, 금보다 가팔라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귀금속 가격의 급등 배경으로 런던 시장의 공매도 포지션 청산 압력과 함께, 인플레이션 헷지 수요, 그리고 전기차 및 인공지능 관련 산업에서의 은 수요 확대를 꼽았다. 특히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은 시장은 가격 변동 폭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투기 자본의 유입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식시장의 고평가 우려와 글로벌 경기 둔화,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행보 속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귀금속 랠리가 지속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중앙은행의 실물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단기적으로는 조정 국면이 불가피하다는 경고도 곁들였다.
스프로트 에셋 매니지먼트의 슈리 카르구트가르는 “최근 은 시장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매우 전형적인 수급 불균형 사례로 볼 수 있다”며 “지속적인 산업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제가 각종 불확실성에 둘러싸인 가운데, 금과 은 시장이 단순한 예비 자산을 넘어 전략적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고금리 시대의 종료가 가시권에 들어섬에 따라, 귀금속이 다시 포트폴리오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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