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의 비규제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신호를 잇따라 보내면서, 해당 지역의 아파트 계약을 서두르는 수요가 급격히 몰리고 있다. 규제 지정 직전 막차를 타기 위한 매수세가 비규제지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규제로 묶이면 대출 한도는 축소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시에는 전세를 낀 갭투자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거래를 서두르는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동시에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서울 강남 3구와 용산 같은 기존 규제지역을 제외한 곳에서는 매물 문의와 계약 진행 요청이 폭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개업소 현장에 따르면 매수자들은 "언제 규제가 시작될지 모르니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집을 둘러보고 곧바로 계약을 맺는 분위기다. 성동구 금호동의 한 중개사는 "대출 한도가 6억 원에서 4억 원으로 줄어들면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며 "지금은 매수자들이 가격 흥정 없이 거래를 끝내려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개사는 매도인이 갑작스레 가격을 올리며 계약이 무산되는 사례도 잦다고 토로했다. 이는 매수문의가 쏟아지면서 매도인들의 기대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비규제지역 아파트는 거래 급증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금호동 벽산아파트 전용 59.9㎡는 15억8,500만 원에 계약된 지 하루 만에 거래신고가 이뤄졌고, 인근 단지들도 최근 몇 주간 수천만 원이 오른 가격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잇따르고 있다.
시장 과열이 한강벨트 외곽으로 번지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노원구 상계동에서조차 전세를 낀 형태의 갭투자 계약이 하루에 여러 건씩 체결되고 있으며, 일부 매수자는 규제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서둘러 매입에 나서고 있다는 게 중개업계의 진단이다.
이번 상황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시차 효과'를 지적하고 있다. 지난 6월 27일 대출 규제 발표 당시, 규제지역 확대 없이 대출만 제한하면서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폭이 오히려 커졌고, 9월 7일 대책에서는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가능성을 언급함으로써 시장의 긴장을 더 자극했다는 지적이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대출 규제 시행 전 서울 아파트값은 3개월간 평균 3.05% 상승했지만, 이후에도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 특히 광진구는 대책 이전보다 이후가 오히려 상승폭이 확대됐고, 강동구와 마포구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반면, 이미 강하게 규제된 강남구나 서초구에서는 집값 상승세가 오히려 둔화됐다. 이는 '정책 효과의 역설'로 해석된다. 규제를 선제적으로 시행한 지역이 더 안정된 반면, 유보된 지역은 단기적으로 투자 수요가 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규제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대출 규제를 동시에 아우르는 입체적인 정책을 시행해야 시장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 전문가는 "이미 정책 타이밍을 놓친 상태에서 뒤늦게 규제를 강화하면 더 큰 풍선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뒷북이 아닌 정밀한 정책 조율이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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