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대미 투자에 '전액 현금' 요구 완화…외환시장 우려 반영된 협상 전개

| 연합뉴스

한미 간 관세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이 한국 대미 투자에 대해 전액 현금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한국 정부는 여전히 유연한 협상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외환시장 불안을 피하려는 한국 측의 입장과 일부 미국 측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합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0월 20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전액 현금 투자를 고집하고 있다는 것은 과장된 해석"이라며 일부 쟁점은 여전히 조율 중이지만 대화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즉, 미국이 모든 투자를 즉시 현금으로 요구하는 ‘투자 백지수표’ 방식에서 일정 부분 양보했다는 것이다.

이번 협상은 한국이 미국에 약 3천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그 자금 조달 방식을 두고 벌어진 논의다. 한국은 현금 지분 참여를 약 5% 수준으로 제한하고, 대신 보증과 대출 등의 간접적 방식(신용보증, 대출 등)을 병행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특정 프로젝트에 현금을 즉시 투입하는 방식을 선호하며 이를 두고 견해차가 있었다.

특히 한국은 대규모 현금 투자 요구가 자칫 외환시장의 자금 유동성을 해치고 원화 가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미국 측에 통화 스와프 등 외환시장 안정 장치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설득해 왔다. 김 장관도 이번 협의가 외환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는 점에 양국 간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강조했다.

현재 한두 가지 핵심 쟁점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협상 항목 관련해 긍정적 의견 접근이 이뤄져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내 언론은 일부 합의 사항을 토대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양국 정상이 가시적 성과를 발표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은 아직 공식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라며 섣부른 보도를 경계하라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남은 쟁점이 정리되고 외환시장 리스크가 충분히 해소된다면, 대미 투자와 관련한 한미 간 실질적 협력 체계가 정립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 자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미국 내 전략 산업 투자 확대를 도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