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안전자산인 금이 단 하루 만에 급락하며 수조 달러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번 매도세는 비트코인(BTC)의 전체 시가총액을 상회하는 손실 규모로 기록됐다.
시장조사업체 코비스 레터(The Kobeissi Letter)에 따르면, 금 시장은 화요일 발생한 대규모 조정을 수요일까지 이어가며 이틀간 약 2조 5,000억 달러(약 3,475조 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이는 2013년 이후 최대 이틀 하락폭으로, 최근 금 가격이 단기간 60% 가까이 오르며 강력한 상승세를 보인 이후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과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 금으로 몰렸던 흐름이 급격히 되돌려진 결과다.
금 가격의 8% 폭락은 특히 금이 전통적인 ‘안전자산’이라는 인식과 상반되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했다. 그동안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은 공급량이 제한돼 있는 특성상 일일 두 자릿수 하락이 드물지 않았으나, 이번 금 시장의 폭락은 전통 자산이라 해도 극단적인 매도세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줬다.
스위스 소재 자원 투자자인 알렉산더 슈탈(Alexander Stahel)은 이번 조정의 규모가 이론적으로 ‘24만 거래일에 한 번’ 나올 만한 희귀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은 오늘 통계학에 대한 중대한 교훈을 주고 있다"며, 1971년 이후에도 금이 이와 유사하거나 더 극단적인 조정을 총 21차례 겪었다고 설명했다.
슈탈은 동시에 이번 급락의 배경으로 FOMO(중요기회를 놓칠까 두려운 심리) 확산을 지목했다. 최근 들어 투자자들이 금 관련 주식, 실물 금괴, 토큰화된 금 자산에 대한 노출을 빠르게 늘리면서 ‘금 열풍’이 과열됐고, 이로 인해 되돌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금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 글로벌 금리 동향, 미 달러 움직임 등과도 얽혀있다는 해석이 뒤따르며, 향후 대표 안전자산에 대한 시장의 신뢰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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