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 경고…英 중앙은행, 데이터센터 대출 급증 정조준

| 서지우 기자

영국 중앙은행(BOE)이 인공지능(AI) 열풍과 맞물려 급증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금융 대출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이 같은 대출이 단순 인프라 투자를 넘어, AI 미래 가치에 대한 투기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영란은행은 이미 AI 관련 기업들의 높은 밸류에이션이 거품일 가능성을 경고해 왔으며, 일부 기업들은 닷컴 버블 당시와 유사한 조정 위험에 처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AI 분야와 금융기관 간 관계, 특히 데이터센터 자금 조달을 매개로 AI 시장에 간접 투자하는 흐름의 파장을 파악하기 위한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현재 데이터센터 대출 시장은 여전히 틈새 영역에 불과하지만, 오는 2030년까지 AI 수요 증가를 뒷받침하기 위해 약 6.7조 달러(약 9,313조 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 & Co)가 올해 4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제시된 수치다. 단순 인프라로 여겨졌던 데이터센터가 이제는 거대한 AI 파생 투자상품처럼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영란은행의 이번 검토는 기존 금융시장에서 반복돼온 기술 거품의 재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사전 조치 성격도 갖는다. 특히 고금리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레버리지를 동원한 AI 관련 투자 행위가 금융 시스템 전반에 어떤 불안 요소로 작용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AI에 대한 과도한 ‘기대 프리미엄’이 현실과 괴리된 채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향후 규제적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AI가 촉발한 새로운 산업 사이클이 단순 기술 혁신을 넘어 금융 구조까지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중앙은행들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