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0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6% 상승하며 다섯 달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추석 연휴로 인한 조업일 감소와 미국발 관세 부담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반도체 수출의 호조가 전체 실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1월 1일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0월 수출 규모는 595억7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10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추석 연휴로 조업일이 이틀 줄었음에도 일평균 수출액은 29억8천만 달러를 기록해 월간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러한 성과에는 인공지능 기술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급증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10월 반도체 수출은 157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5.4% 증가했다. 9월의 최대 수출 기록(166억 달러)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역대 10월 기준으로는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1년 전 22%에서 26%로 상승하며, 한국 수출의 반도체 의존도가 더욱 심화됐다.
반면 반도체 외 대부분의 주요 품목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선박과 석유제품, 컴퓨터만이 소폭 증가했을 뿐, 자동차·철강·기계류 등은 크게 감소했다. 특히 자동차(-10.5%)와 부품(-18.9%) 수출 감소는 미국 정부의 관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품목들은 조업일수 감소와 함께 통상 압력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미국 수출 실적만 보면 그 충격이 더욱 뚜렷하다. 10월 미국향 수출은 전년 대비 16.2% 줄어든 87억1천만 달러에 그쳤는데, 이는 2023년 1월 이후 최저치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전례 없는 관세 부과가 본격화되면서 자동차(-35.6%), 철강(-33%) 등의 수출이 줄줄이 타격을 입었다. 반면 대미 반도체 수출은 오히려 70.8% 증가해 이중적 흐름을 보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한국은 수출 다변화를 통한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아세안 지역은 7월 이후 네 달 연속 미국을 제치고 수출액 기준 2위 지역이 됐고, 고성능 반도체(HBM) 수출 증가에 힘입어 대만 수출도 46% 급증하며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이에 더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도 조속히 마무리해 통상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앞으로도 반도체 중심의 수출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특정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추후 반도체 경기가 꺾일 때 전체 수출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움직임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수출의 구조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 안정적인 수출 포트폴리오 확대가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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