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가 지난 10월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가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차의 판매 호조로 전체 실적을 거의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라는 악재를 일정 부분 흡수해낸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11월 3일 발표에서 지난달 현대자동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의 미국 내 출고 대수가 총 14만6천13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감소했다고 밝혔다.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현대차는 7만7천135대(전년 대비 2% 감소), 기아는 6만9천2대(0.1% 증가)였다. 특히 기아는 10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으며, 제네시스도 7천17대를 기록해 1.7% 늘었다.
한편 전기차 판매는 큰 폭으로 줄었다. 현대차와 기아의 10월 전기차 판매량은 총 3천83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6% 감소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전기차에 대해 제공했던 최대 7천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이 9월 말 종료된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차량별로는 현대차 아이오닉5가 1천642대 팔려 판매량이 63.5% 감소했고, 기아 EV6는 70.7% 줄어든 508대를 기록했다.
반대로 하이브리드차량은 급증세를 보였다. 지난달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3만1천102대로 전년 동월보다 43.5% 증가했다. 현대차의 경우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가 2천470대, 싼타페 하이브리드가 4천472대 팔리며 실적을 견인했다. 기아 역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6천846대)가 전년보다 87.2% 증가했고, 니로 하이브리드도 101.3% 늘어난 2천541대를 판매했다.
이러한 흐름 덕분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합한 전체 친환경차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0.3% 증가한 3만4천938대를 기록했다. SUV 중심의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늘어난 것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고, 미국 내 내연기관차에 비해 연비 효율이 높은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친환경차에 대한 시장 수요가 기존의 전기차 중심에서 하이브리드차 중심으로 재편되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세제 혜택 등 정책 여건에 민감한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향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미국 내 차량 전략도 이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하이브리드 중심의 SUV 확대는 당분간 현대차와 기아의 북미 시장 방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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