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 브리핑 - AI 확산에 美 일자리 15만개 증발…글로벌 경기 둔화·버블 우려 확산

| 토큰포스트

주요국 경제가 동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AI 확산으로 대규모 일자리가 사라졌고 유럽과 일본은 소비·임금 부진, 영국은 AI 버블 우려 속에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7일 KCIF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2년 만에 최대 폭의 고용 감소가 나타나며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되고 있고, 유럽은 소비 부진과 산업 생산 둔화로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다. 일본과 영국 역시 실질임금 감소, 인공지능(AI) 거품 경고 등으로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 미국, “AI 확산이 일자리 삼켰다”…금리 인하 기대 확산

고용정보업체 챌린저·그레이앤크리스마스에 따르면 10월 한 달 동안 미국에서 15만3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는 2003년 이후 10월 기준으로 가장 큰 폭의 감소이며, 전월 대비 183%, 전년 동월 대비 175% 급증한 수준이다. 기업들이 AI 자동화를 확대하고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시카고 연준은 실업률을 4.36%로 추정했는데, 이는 2021년 이후 최고치다. 실업률이 9월(4.35%) 대비 소폭 상승하면서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12월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확산됐다. 실제로 CME FedWatch에 따르면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68.9%로 전일 대비 상승했다.

금리 인하를 둘러싸고 연준 내부에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마이런 연준 이사는 “고용 둔화가 완만하게 진행 중이며, 중립금리 수준에 근접하기 위해 12월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으며, 물가가 노동시장보다 더 큰 위험 요인”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 유럽, “소비 위축·생산 부진”…ECB는 여전히 긴축 기조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 인하나 양적완화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루이스 데 귄도스 부총재는 “현재 금리 수준에 만족하며, 인플레이션은 점차 목표치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벨 슈나벨 이사는 “지금은 채권 매입을 재개할 때가 아니라, 보유 자산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며 완화책 복귀 가능성을 일축했다

유럽의 실물 지표는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9월 유로존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1% 감소(예상 +0.2%), 독일 산업생산은 1.3%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3% 증가)에 크게 못 미쳤다. 독일 제조업의 구조적 부진 우려가 다시 부각되면서, 유럽 경기 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 영국, 금리 동결 속 인하론 확산…“AI 버블 주의보”

영란은행(BOE)은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했다. 경기와 고용 둔화로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9명의 통화위원 중 4명이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시장에서는 12월 인하 가능성이 부각됐다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AI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현실화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지금의 AI 투자 열풍은 버블(거품)로 번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 일본, 9개월 연속 실질임금 하락…“최저임금 인상 검토”

일본의 9월 실질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1.4% 감소해 9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명목임금은 1.9% 증가했지만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전보장상은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임금 인상이 지속되도록 구체적인 최저임금 인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 협력해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해역의 희토류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 금융시장, 위험회피 심리 확산

미국 S&P500 지수는 1.12% 하락, 유럽 Stoxx600 지수는 0.7% 하락했다. 반면 일본 닛케이225는 1.34% 상승,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97% 상승하며 아시아 시장은 선방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16%→4.08%(-8bp)로 하락했고, 달러화 지수는 0.5% 약세(100.2→99.7)를 기록했다. 유로화는 1.1547달러로 0.48%, 엔화는 153.06엔으로 0.69% 절상됐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59.43달러(-0.29%), 금값은 3,977달러(-0.06%)로 안정세를 유지했다

■ 외신 “AI 버블·소비 양극화 경고…‘젠가 경제’ 흔들린다”

블룸버그는 “미국 중산층이 물가와 실업 압력으로 소비를 줄이면서, 경제가 젠가(Jenga)처럼 불안정하다”고 표현했다. 또한 “AI 산업 낙관론이 사회적 편익을 과도하게 미화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과도한 기술 투자 열풍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AI 버블은 단순한 투기 현상이 아니라, 기술 발전의 과도한 낙관이 빚어낸 착시일 수 있다”며 “지속 가능성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해서는 단순한 고용 확대가 아니라 자본 투자와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 종합

세계 경제는 고용 둔화, 소비 위축, 기술 투자 과열이라는 복합 리스크 속에 놓여 있다. 미국에서는 AI 확산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유럽은 경기 회복세가 지연되며 일본은 실질소득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와 경기 침체 우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 국면에서 각국의 통화·재정정책 방향이 연말 금융시장 변동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