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출 주력 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미 중국에 경쟁력을 추월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기업들은 5년 뒤인 2030년에는 10대 주요 산업 전반에서 중국에 밀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국내 주요 수출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미국·일본·중국 간 경쟁력 현황 및 전망’ 조사 결과를 11월 17일 발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철강, 이차전지, 자동차 등 10대 수출 업종 가운데 5개 분야에서 이미 중국이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업종들도 향후 5년 내 역전될 것으로 예측됐다.
조사에 따르면 현 시점에서 중국은 철강(112.7), 일반기계(108.5), 이차전지(108.4), 디스플레이(106.4), 자동차·부품(102.4) 등 5개 업종에서 한국보다 경쟁력 지수가 높았다. 반면 한국이 여전히 우위를 보이는 업종은 반도체, 선박, 전기·전자, 석유화학, 바이오헬스로 나타났지만, 이들마저 2030년에는 중국에 역전될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특히 이차전지의 경우, 2030년에는 중국의 경쟁력 지수가 119.5에 이를 것으로 분석돼 큰 격차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기업들은 이 같은 중국의 부상 배경으로 가격 경쟁력, 생산성, 정부의 전략적 산업 지원 등을 꼽았다. 반면 미국은 브랜드 파워, 전문인력 확보, 핵심기술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현재 한국은 중국과 비교해 상품 브랜드에서만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이 역시 향후 5년 사이에도 중국에 따라잡힐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과의 경쟁에서도 생산성을 제외한 대부분 분야에서 한국이 밀릴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조사에 응답한 기업들은 현재 최대 수출 경쟁국으로 중국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62.5%), 5년 뒤인 2030년에도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68.5%). 미국, 일본에 대한 경쟁 위협 인식은 그보다 낮았는데, 이는 중국이 향후 수출 시장에서 가장 큰 경쟁 상대가 될 것이라는 산업계의 우려를 반영한다.
국내 기업들은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기술력 저하, 대외 리스크 확대, 인구 감소에 따른 내수 위축,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인재 부족 등을 지목했다. 이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책으로는 대외환경 안정, 핵심 인력 양성 시스템 마련, 세제 및 규제 완화 등의 경제 구조 개선이 필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한국 산업 경쟁력이 빠르게 압축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과 다방면에서 충돌하게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기술 중심의 산업 지형 변화 속에서 한국이 유지하고 있는 일부 우위 분야마저 위협받고 있는 만큼, 향후 전략산업 육성과 인재 양성, 정책적 유연성 확보가 경쟁력 회복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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