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아랍에미리트가 인공지능 기반 원자력 기술을 앞세워, 제3국 원전 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데 합의했다. 이는 양국 간 원전 협력이 기술 공동 개발을 넘어 글로벌 시장 확대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년 11월 18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아랍에미리트 정상회담 직후 두 나라 정상의 임석 아래 원전 협력과 통상 분야에서 각각 양해각서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명된 협약은 원자력 기술을 중심으로 한 협력 범위뿐만 아니라 자유무역협정 체계 내 경제협력 구조까지 포괄하고 있다.
이번에 체결된 주요 합의 중 하나는 한국전력과 아랍에미리트의 국영 원전 운영사인 UAE원자력공사(ENEC) 간의 협력 양해각서다. 양사는 '원자력 신기술과 인공지능, 글로벌 시장 협력 파트너십'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양국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원전 운영 고도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여기에 포함되는 기술로는 예지 정비(고장 예측과 선제적 조치), 운전 환경 시뮬레이션, 그리고 데이터 기반 운영 최적화 시스템 등이다.
이번 논의의 배경에는 양국이 협력해 건설한 바라카 원전이 있다. 바라카 원전은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에 건설된 중동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로, 한국이 첫 수출 사례로 기록한 모델이다. 이번 협약을 바탕으로 바라카 성공 사례를 고도화해, 이를 모델로 삼아 제3국 시장에도 공동으로 진출하겠다는 청사진이 공유됐다. 실제 원전 분야에서는 안정성과 경제성이 중요한 만큼, AI 기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 모델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을 수 있다.
한편 양국은 통상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타니 알제유디 아랍에미리트 대외무역부 장관은 '한-UAE 포괄적 경제협력동반자협정(CEPA)'의 실질적 운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UAE CEPA는 한국이 중동 국가와 체결한 최초의 자유무역협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현재 국회 비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산업부는 이 협정을 통해 양국이 에너지, 인프라, 기술 등 공동 관심 분야를 발굴하고 협력 사업의 우선순위를 구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한국의 원전 기술과 디지털 역량을 결합한 새로운 수출 전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동 및 아시아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원자력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차세대 원전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양국의 협력은 국제 시장에서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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