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고속철, 첫 수출 성공…우즈베키스탄 사막 누빈다

| 연합뉴스

국산 고속철도 차량이 처음으로 해외 수출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 철도 산업의 기술력이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현대로템이 제작한 우즈베키스탄 고속철도 차량이 예정보다 앞당겨 출고되며 이목을 끌고 있다.

현대로템은 2025년 12월 10일 경남 창원 마산항에서 우즈베키스탄 고속차량 초도 편성 출항식을 열고, 총 7량으로 구성된 1편성의 차량을 선적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6월 우즈베키스탄 철도청과의 공급 계약 체결 이후 1년 5개월 만에 이뤄진 출하이며, 당초 계약보다 1∼2개월 빠른 일정이다. 해당 차량은 2026년 1∼2월 중 현지에 도착할 예정으로, 양국 정부와 업계의 지원 속에 빠른 진척이 이뤄졌다.

이번에 수출된 열차는 사막 기후에 최적화된 맞춤형 설계가 특징이다. 우즈베키스탄의 높은 온도와 모래바람을 견딜 수 있도록 방진 시스템이 적용됐고, 한국보다 넓은 궤도폭(1,520㎜)을 감안해 별도의 광궤용 대차(차륜과 차체를 연결하는 하부 구조)가 탑재됐다. 이 차량은 수도 타슈켄트부터 부하라 지역까지 포함한 총 1,286㎞에 달하는 장거리 노선에서 운행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우즈베키스탄 내 교통 인프라 고도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수출은 단순히 한 건의 계약을 넘어서, 대한민국이 독자 기술로 만든 고속철도 차량이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 KTX-산천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에너지 효율을 높인 동력 분산식 고속차량 KTX-청룡(EMU-320), 향후 최고 속도 시속 370㎞를 목표로 한 차세대 EMU-370 개발까지 이어온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 특히 이번 우즈베키스탄 차량도 KTX-이음(EMU-260) 모델을 토대로 제작되었기에 공정 효율화와 조기 출고가 가능했다는 게 현대로템의 설명이다.

출항식에는 우즈베키스탄 경제부총리 잠쉬드 호자예프를 비롯해 양국 정관계 인사와 코로나 이후 재가동된 경제외교의 상징적 장면도 눈에 띄었다. 현대로템은 차량 공급 이후에도 사후 유지보수와 기술 지원을 철저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운행뿐 아니라, 지속적인 협력 관계 구축도 꾀할 방침이다.

우즈베키스탄에 납품되는 열차 총량은 42량(6편성)이며, 나머지 35량도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출하할 예정이다.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현대로템은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등 신흥 고속철도 시장으로의 수출 저변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기 출고가 국산 고속철도의 기술력과 신뢰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는 만큼, 향후 다른 국가와의 추가 계약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