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외화유동성 확보 위해 '부담금 면제+이자 지급' 투트랙 카드

|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해 2025년 상반기 동안 금융기관에 대한 외환 관련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하고, 유동성 확보를 위한 새로운 유인책을 도입하기로 했다.

19일 한국은행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2025년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간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면제하고 외화 지급준비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외환건전성 부담금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일정 수준 이상의 외화부채를 보유할 경우 내야 하는 규제로, 외국계 자금에 의존할수록 더 높은 비용이 드는 구조다. 이 부담금을 한시적으로 없애면 은행들의 외화 차입에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들어, 시장에 외화 유입이 상대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이번 조치로 은행들의 외화 조달 비용이 약 0.1%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비슷한 조치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도 시행된 적이 있어, 긴급 상황에서 외화유동성을 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특히 이번에는 처음으로 외화 지급준비금에 대해서도 이자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급준비금은 은행이 고객의 예금을 일정 비율로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자금으로, 지금까지는 원화 지급준비금에 한해 일부 이자가 붙었지만 외화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한은이 여기에 이자를 부여하면, 금융기관들은 외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국내에 보유하려는 유인을 갖게 되어 외환시장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시스템은 단기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국내에 외화를 더 끌어들이는 유효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한은은 외화 지급준비금의 이자율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범위인 연 3.50~3.75% 수준에서 책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국내 은행들이 외화예금을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유치할 수 있게 되면, 기업들과 개인들이 해외에 두던 자금을 돌려놓거나 신규 자금도 국내로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80원에 근접하며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나왔다. 변동성이 극심한 외환시장에 선제적 안정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소집한 것은 2024년 12월 4일 이후 처음으로, 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가 상당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한시 조치들은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단기 대응책으로, 향후 국제 금융시장 여건과 외환 수급 상황에 따라 연장 혹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은은 시장 반응을 예의주시하며 추가 대책 마련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